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융자본·산업자본 분리' 찬반 논란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문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며 화두를 던졌다. 그의 짧막한 발언은 글로벌 스탠더드로 굳어져 있는 금융ㆍ산업자본의 분리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제조업 분야엔 여유자금이 넘치지만, 금융산업엔 지배력을 행사할 자본이 부족한 작금의 한국적 상황에서 20세기초 미국 대공황시절에 형성된 명제를 굴절없이 받아들여야 하는가. 서로 다른 견해를 들어본다. ● 찬성-김동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순기능보단 역기능 커 정부 규제강화 바람직"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활용하는 문제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지금은 순기능은 제한적인 반면 폐해는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는 만큼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활용에 있어서 순기능 보다는 역기능이 더 크기 때문에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활용은 자본조달이나 각종 거래 비용 절감 등 시너지 효과 창출을 기대할 수 있지만 이 같은 순기능을 누릴 수 있는 산업자본은 극히 제한적인 범위(일부 재벌)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면 계열사간 부당지원 및 고용구조 왜곡, 시장 지배력 확대 등에 있어서 역기능이 크고, 금융시스템을 무너트릴 수 있는 등 피해는 특정인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다”며 “때문에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은 분리시켜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글로벌 스탠다드에는 정답이 없다”며 “선진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단순히 붙어 있느냐, 떨어져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떠한 위법ㆍ불법 행위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규제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들이 특정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이 계열사는 다른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는 순환 출자 형태로 많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전체 기업 집단이 아닌 몇 개 대기업 집단의 금융자본 지배, 출자 구조로 인해 공정거래를 해칠 수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규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김 연구위원은 그 예로 미국은 지난 1930년대 대공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래스-스티걸법, 뉴딜법 등을 제정, 대기업의 은행 소유를 금지한데 이어 지난 1999년에도 금융현대화법(GLB)를 제정,금산분리의 원칙을 더욱 강화하고 있음을 들었다. 그는 “미국의 선례에서 보듯이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다 보면 계열 금융사의 부실 등 금융 시스템상의 문제를 발생 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금융시스템은 일 개인의 소유가 아닌 사회 공공재로서 공적기능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시스템의 위기를 사전에 방지하는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반대-노진호 현대경제硏 연구위원 "글로벌 스탠더드 위배 시장상황 맞게 적용을"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금산법)’에 대한 개정안은 글로벌 스탠더드의 흐름에 맞지 않습니다. 시장 상황에 맞는 탄력적인 적용이 필요합니다.” 노진호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업자본(재벌)의 금융지배를 막겠다는 정부의 금산법 개정안은 기업에 대한 제재 방안을 모색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노 연구위원는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ㆍ산업 분리의 원칙은 법 제정 이전, 또는 처벌 조항 마련이 전에 성립된 5%룰(금산법 24조) 위반 사실을 소급 입법 함으로써 금산분리 의 원칙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국내 자본이 금융기관을 통해 계열을 확장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며 상대적으로 외국 자본의 힘은 강화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연구위원은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금산법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라는 데 있다”며 “각 나라마다 다르게 적용될 수 있는 법을 그 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적용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산분리의 원칙 강화는 금융ㆍ산업 간의 조화로운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며 “21세기 동북아 금융허브 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금융과 산업간의 원천적 분리 보다는 조화로운 발전, 통합이 더욱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금산분리에 대한 이론적ㆍ사회적 공감대를 우선 마련 한 뒤 필요하다면 5%룰을 탄력적으로 수정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며 “다만 금융 개발 도상국으로서 금산의 분리가 득이 될지, 실이 될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캐나다의 경우처럼 자본 규모나 기업의 신뢰성 등을 고려해 5% 룰을 기업마다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만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정부가 금산분리의 원칙은 고수하더라도 금융산업의 역동성과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는 소급 입법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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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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