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0일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 경제의 강점으로 작용했던 대(對) 중국 수출과 내수 호조, 대규모 해외자본 유입 등의 요인이 이번 위기에서는 오히려 아시아의 발목을 잡는 부정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어 역내 경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에서 촉발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아시아 국가들은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기는 했지만 중국을 중심으로 한 정부지출 확대와 금리 인하 등 경기부양에 힘입어 이듬해 곧바로 경기를 회복 기조로 돌려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순전히 외부 요인이 위기를 초래했던 2008년 상황과 달리 올해는 아시아의 내부적 취약점이 부각되면서 위기 타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2008년 아시아 위기 극복의 일등공신에서 이제는 가장 큰 악재가 된 것은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 경제의 가파른 성장세에 힘입어 대중 수출을 대폭 늘려 왔지만 중국 경제가 최근 급속도로 둔화하는 바람에 누구보다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가령 말레이시아의 대중 수출은 지난 5년간 두 배로 신장,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최대 수출국으로 등극했지만 중국 경기 둔화로 4월까지 2개월 연속 수출이 줄어들면서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내수에 의존해온 특성도 강점에서 취약점으로 돌변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대출 증대와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가격 상승이 자동차 판매 증가 등으로 이어지면서 내수를 견인해왔다. 하지만 경제의 내수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자산가격 급락으로 내수가 위축될 경우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금융위기 이후 대거 유입된 글로벌 자금도 부담이다.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2009년 이래 7,500억달러의 자금이 아시아 신흥시장으로 유입돼왔다. 그런데 이 자금이 유럽계 은행의 차입 청산과 투자가의 리스크 회피 과정에서 대거 빠져나가면서 아시아 지역의 경제활동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레데릭 뉴먼 HSBC 아시아 리서치 공동책임자는 "아시아가 2008년에 비해 내부적으로 더 취약한 상황에서 경기둔화에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