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구미 특별재난 선포, 호미로 막을 것을…

정부가 8일 불산 누출사고를 당한 구미시 봉산리 일대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지금으로서는 당연한 조치지만 초기 대응만 잘했어도 이처럼 국가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사태까지 확산되지 않았을 것을 생각하면 씁쓸해진다. 인터넷에서는 불산이 닿으면 살과 피가 녹는다는 식의 허무맹랑한 괴담까지 나돌고 있다니 이래저래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전대미문의 사고이기는 하나 주민 1,600여명이 검진을 받고 공장들도 잇따라 조업중단에 들어가는 등 2차, 3차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도록 사태가 악화된 데는 정부당국과 관련기관들의 책임이 크다. 정부는 사고발생 일주일이 지나서야 범정부 차원의 대책회의를 열고 현장조사단을 부랴부랴 파견하는 등 늑장대응으로 일관했다. 행여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현장으로 달려가 정치적 이슈로 부각되자 등 떠밀려 이뤄진 조치라면 더욱 비난 받아 마땅하다. 구미시 측은 사고가 발생한 지 12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대기오염 측정 결과가 양호하다며 성급하게 주민들에게 귀가조치를 내렸다니 안전의식의 해이함에 기가 막힐 뿐이다. 결국 초기에 유효한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은 바람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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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색이 국가산업단지공단인 구미공단의 허술한 관리 시스템도 차제에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 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은 유해물질 입주기업에 대한 기초 실태파악이나 위기대응은커녕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데 급급했다고 한다. 관련부처들도 사고물질이 고압가스니 유독물질이니 논란을 벌이며 국민의 안전 문제를 놓고 다른 부처에 책임을 떠넘기려는 핑퐁 작태를 보였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구미시의 불산 사고대책은 단지 재난지역 선포로만 끝날 일이 아니다. 관련기관 및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과 재발방지 대책이 이뤄지는 등 철두철미한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주민들의 생계대책을 마련하고 중소기업들의 정상적인 경영활동도 보장해야 한다. 허용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은 위험물질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더 이상 후진국형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산업시설 전반에 대한 안전대책과 당국의 각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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