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불황 현장을 가다] <끝>전자 납품업체

제품원가 20% 적자로 쌓여<br>원자재값 급등 불구 납품가는 제자리 "돌릴수록 적자" 가동 중단 업체 늘어

[불황 현장을 가다] 전자 납품업체 제품원가 20% 적자로 쌓여원자재값 급등 불구 납품가는 제자리 "돌릴수록 적자" 가동 중단 업체 늘어 석유화학 가공업체 구미 화섬업계 자동차 판매 대리점 “물건을 생산할 때마다 원가의 20% 정도가 적자로 쌓이는데 어떻게 공장을 돌릴 수 있습니까.” 대구 산업공단 내에서 냉장고 판넬을 생산해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는 A사의 김모 사장은 “냉장고 판넬 재고가 쌓이면서 지난달 중순부터 공장가동을 전면 중단했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김 사장은 “무엇보다 경기침체가 직격탄이 됐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대기업에서 원하는 가격에 납품이 불가능해져 생산을 멈췄다”며 “생산과 동시에 적자가 나는 상황이어서 더이상 버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공장에는 보수작업을 위해 드나드는 것으로 보이는 차량들만 간간이 오가고 있을 뿐 직원들의 모습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이 회사가 문을 닫은 데는 냉장고 판넬을 만드는 데 필요한 철강 및 레진(비금속) 등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냉장고의 주외장재는 크게 철판과 레진으로 구분되는데 철판류는 올들어서만 약 40% 가량이나 올랐고 합성수지의 일종인 레진 역시 지난해에 비해 30% 가까이 수직 상승했다. 특히 다른 원자재의 경우 거래선을 다양화하거나 다른 대체물품 조달 등을 통해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냉장고 원자재의 경우 공급처가 한정돼 있어 별다른 대응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같은 공단 내에서 대기업에 김치냉장고와 식기세척기 등을 납품하고 있는 P사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A사와 달리 아직은 공장이 가동되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내수가 부진한 탓에 수출로 벌어 겨우 만회하고 있는데 원자재가 상승에다 원화절상(달러약세)까지 겹쳐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완성품을 판매하는 대기업들이 납품가를 올려줘야 하는데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어 마진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실정”이라며 “이 상태로 가면 공장가동을 멈추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 제조업체들의 지난 2ㆍ4분기 평균가동률은 67.7%로 지난해 같은 기간 이후 1년여 동안 70%를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상 애로를 묻는 질문에도 절반 이상(55.4%)의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수급불안’을 꼽았다. 이는 지난해 3ㆍ4분기의 같은 응답(25.4%)에 비해 두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냉장고 등 가전제품의 유통시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제조업체들이 공급하는 냉장고의 출고가격은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오르지 않았다”며 “이는 내수부진으로 제품가격을 올리지 못하자 협력업체 또는 완성품 업체가 원가 상승분을 그대로 떠안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대기업인 주요 가전업체들의 경우 냉장고나 세탁기 등에 쓰이는 냉연강판의 원가상승으로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지만 가뜩이나 위축된 수요가 더욱 얼어붙을 것을 우려해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대구=이진우 기자 rain@sed.co.kr 입력시간 : 2004-11-0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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