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비정상적인 자금흐름(사설)

자금흐름이 아무래도 비정상적이다. 중소기업은 극심한 자금난으로 부도가 속출하고 대기업도 부도공포에 휩싸여 있는데 가계대출은 급증하고 있다.돈이 기업의 생산활동보다는 소비부문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자금흐름은 경제회생을 더디게 할뿐 아니라 거품을 일으키기 때문에 경계해야 할 일이다. 경제회생의 지름길이 소비억제에 있음을 감안할때 매우 우려스럽다. 금융기관이 대출을 늘리고 있다고는 하나 중소기업 자금난이 해소되기는 커녕 부도는 계속 늘고 있다. 부도율은 7월도 0.23%로 이·장사건이후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한달에 1천2백여 중소기업이 쓰러지고 있다. 담보가 없는 중소기업은 돈을 만져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 자금조달 규모는 올들어 41조원으로 지난해보다 7조원이 줄었다. 반면에 가계대출은 급격히 늘고 있다. 대출잔액이 50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불경기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면서 기업의 투자의욕이 위축, 자금수요가 줄어든데 원인이 있겠지만 장삿속만을 차리는 금융기관이 위험이 따르는 기업대출을 기피하고 비교적 안전한 가계대출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잘 되어야 산업기반이 튼튼해지고 경제 회생이 빨라질 것은 틀림없다. 그러기 위해서도 자금이 생산활동에 우선 공급되어야 한다. 더욱이 대기업 연쇄부도사태이후 신인도가 추락, 해외자금 조달조차 어려워진 판에 금융자금이 산업자금화하지 못하고 소비자금으로 흐른다면 경제위기 극복은 더욱 더딜수 밖에 없다. 대기업까지 부도 공포가 해소되지 않고 신용공황상태가 지속되고 있는데 금융시장마저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허리띠 졸라매기가 아니라 허리띠 부풀리기를 주장하는 꼴이어서 걱정스럽다. 불황이다, 경제난이다 하는데도 해외여행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행수지 적자가 지난달 4억달러에 이르렀다. 월별로는 사상최고 기록이다. 경상수지 적자의 위기가 더해가고 있는 것이다. 빚얻어 해외 나들이하고 흥청망청한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장기적인 불황과 기업의 부도 공포속에서도 체감경기는 그렇게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와 통한다. 경제가 어려운때 허리띠 졸라매기 의식을 추스리지 못하는 가계도 문제겠지만 대출회수의 안전성만을 노려 가계소비를 부추기는 금융기관의 자세가 더욱 큰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부도 공포증 해소에 금융기관이 적극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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