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벌의 성역화/정명수·증권부(기자의 눈)

성역없는 정치를 주장하던 재벌 회장들이 스스로 성역을 만들어 비난을 사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기업에 대한 적대적 M&A(Mergers and Acquisitions:기업인수합병)에 공동 대응키로 한 것은 자신들의 경영권을 성역화한 것과 진배없기 때문이다.기업사냥꾼들이 적대적 M&A대상기업을 선정할때는 전경련의 주장대로 대주주지분율이 낮기 때문만은 아니다. 기업사냥꾼들은 대주주가 투명경영을 도외시하거나 미숙한 경영을 할때 적대적 M&A를 노리는 것이다. 이같은 기업사냥꾼들의 적대적 M&A는 재벌그룹이라해도 예외일 수는 없다. 또 재벌그룹들도 M&A를 통해 기업 몸집을 키워왔다. 이런 상황에서 전경련이 자신들의 기업만 M&A를 피해보겠다고 담합하는 것은 재벌그룹 이외의 기업들은 얼마든지 적대적 M&A를 해도 좋다는 뜻이 된다. 이같은 발상은 기업의 주인은 소수주주가 아니라 대주주라는 잘못된 기업관에서 나온다. 기업은 대주주 1인의 소유물만이 아니다.재벌 회장들은 주력기업 주식 20%만 출자한채 수 십개의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기업 M&A는 대주주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주주들이 결정하는 것이다. 특정세력이 주식을 많이 사들인다고 해서 무조건 기업M&A가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경영을 책임진 대주주가 이익을 많이내 소수주주들에게 배당도 후하게 하고 투명경영을 한다면 기업사냥꾼들의 적대적 M&A대상 리스트에서 제외될 것이다. 우리 경제가 어려운 것은 엔화약세 등 경제외적 요인도 있지만 기업경영의 사령탑을 맡은 대주주들이 스스로 성역에 안주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만든 성역에서 안일하게 안주하겠다는 전경련의 공동대응은 우리 경제의 활로를 스스로 차단한 자살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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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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