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2년 5월, 전길남(사진) KAIST 명예교수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와 경북 구미의 전자통신연구소 사이를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인터넷 연결에 성공한 쾌거였다. 3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인터넷 선진국다운 역할이 필요하다"는 게 전 교수의 지적이다.
30일 서울 광화문 코리아나 호텔에서 열린 '인터넷 30주년 기념 컨퍼런스'에 참석한 전 교수는 기자와 만나 "국내 이동통신 산업, 인터넷 산업이 지금 상태를 몇 년이나 더 유지할 것이라고 보느냐"며 "내년, 내후년은 무시하고 10년, 20년 후를 내다봐야 한다"고 단언했다. 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통신망을 구글ㆍ카카오톡 등 각종 인터넷 서비스ㆍ콘텐츠 업체가 이용하면서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지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망중립성' 논쟁에 대한 의견이다.
그는 망중립성 뿐만 아니라 국내 정보기술(IT)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단순히 스마트TV의 통신망 이용대가를 논의할 게 아니라 TV 안테나도, 케이블도 없어지고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이뤄지는" 미래의 시장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의 거대 IT 기업이 언제든 한국에 진출할 수 있고 '통신사-인터넷 기업' 같은 구분이 희미해지는 추세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 교수는 우리나라의 '역할론'도 강조했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우리나라는 인터넷 분야에서 선진국이지만 그에 걸맞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인터넷으로 생겨난 각종 문제점과 현상을 먼저 겪고 있는 나라로서 할 수 있는 선도적인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 교수와 함께 이날 강연자로 나선 김상헌 NHN 대표는 "지난 10년간 포털은 인터넷 산업을 선도했지만 모바일 시대가 오면서 위기이자 기회를 맞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에도 인터넷 이용자들의 이용 패턴은 비슷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김 대표는 "모바일에서 음성인식ㆍ증강현실(AR)ㆍQR코드 등을 활용해 얼마나 다양한 서비스를 담아낼 수 있는지에 포털의 미래가 달렸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또 "앞으로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포털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한국ㆍ중국 등 각 지역에 맞는 서비스로 분화돼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