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임금체불사회, 탈출구는 없나] <2> 체불임금 줄지 않는 이유는

돈 있어도 임금 보단 사업에 사용… "체임 경시 풍조 만연"<br>체당금制·체불 청산지원 융자 등, 정부 대책 불구 체임30% 미해결<br>5인이하 사업장은 감독 사각지대, 체임 사업자에 처벌 수위 높여야

고용노동부가 추석을 앞두고 체불임금 청산 집중지도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서울지방고용청의 한 근로감독관(왼쪽)이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로부터 체임 신고를 받고 있다. /이호재기자


[임금체불사회, 탈출구는 없나] 체불임금 줄지 않는 이유는 돈 있어도 임금 보단 사업에 사용… "체임 경시 풍조 만연"체당금制·체불 청산지원 융자 등, 정부 대책 불구 체임30% 미해결5인이하 사업장은 감독 사각지대, 체임 사업자에 처벌 수위 높여야 권대경기자 kwon@sed.co.kr 고용노동부가 추석을 앞두고 체불임금 청산 집중지도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서울지방고용청의 한 근로감독관(왼쪽)이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로부터 체임 신고를 받고 있다. /이호재기자 정부의 체불임금 해소 방안은 근본적으로 체임이 발생한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 간 중재를 통해 급여가 근로자에게 지급되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무엇보다 근로자들이 급여를 받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체임의 30% 정도는 결국 해결되지 않은 채 법원으로 넘어가 근로자들을 힘들게 한다. 5일 복수의 노동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같은 현실은 기본적으로 장기간 침체한 경기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자금이 있는데도 임금보다는 사업에 먼저 쓰려고 하는 사업주의 잘못된 인식도 크게 작용하는 만큼 사법처리 수위를 높여 체임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 의지 불구 체임의 30%는 해결 안 돼=정부의 체임 해소 절차는 크게 근로자와 사용자를 위한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근로자 쪽으로는 우선 관할 지방 노동청에 진정서를 접수하는 것부터 시작되는 해소 절차가 있고 도산 사업장 근로자 체임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체당금 제도가 있다. 또 체임 근로자 대출을 목적으로 하는 취약근로계층 생활안정자금 지원제도도 시행되고 있다. 체임 해소는 '진정→사실관계 조사→체불액 확정→지급 지시'로 진행되며 근로자에게 체임액을 지급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게 돼 있다. 체임 등의 부당노동행위가 드러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금융지원의 경우 근로복지공단을 통한 체당금 제도가 대표적이다. 체당금 제도는 재판상 도산이나 사실상 도산을 신청한 날을 기준으로 1년 전부터 3년 이내에 사업장에서 퇴직한 근로자가 대상이 된다. 퇴직 전 최종 3개월분의 임금ㆍ휴업수당과 3년간의 퇴직금 중 미지급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 최대 1,560만원까지 가능하다는 게 공단의 설명이다. 사업주에 대해서는 부득이한 경영난으로 체임이 발생하는 사업장에 대해 필요한 자금을 저리로 대출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연 1~5%의 금리로 1개 사업장당 최대 5,000만원까지 자금을 빌려주는 '체불청산지원 사업주 융자제도'가 그것으로 내년부터 체임이 발생한 사업주에게 약 160억원의 자금이 지원된다. 무엇보다 이는 처벌 위주의 방식에서 탈피해 오히려 이들 사업주를 지원하는 것이 체임 해소에 보다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체임 근로자의 89.7%가 가동 중인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 중 약 40% 정도는 일시적인 자금난에 의한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그 근거로 작용하는 셈이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말 현재 10만7,929건 가운데 7만1,619건의 체임이 해결돼 해소율은 70%에 머무르고 있다. 앞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를 봐도 해소율은 평균 70%선이다. 나머지 30%는 결국 미제로 남는 셈이다. ◇경기 탓이지만 체임을 경시하는 인식 문제도 커=이처럼 정부의 다양한 체임 해소 및 지원 방안에도 체임이 줄지 않는 데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경제사정 탓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경제지표와 상관없이 밑바닥 경기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체임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5인 이하 영세 사업장의 경우 정부의 감시ㆍ감독이 미치지 않고 있고 해당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들이 노동 관련 법적 지식이 없다는 점도 체임 이유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고도의 산업화 과정에서 체임을 심각한 일로 보지 않는 사회적 인식도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종길 고용노동부 근로개선정책관은 "체임은 후행지표에 속하며 6개월 후에 반영되는 측면이 있다"며 "자금에 여유가 있음에도 급여를 지급하기보다 사업을 진행하는 데 사용하는 일부 업주들의 인식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체임을 경제범죄로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사법처리의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노동법 전문가는 "체임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고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정부는 사후 대책보다 사전적이고 보다 공격적인 예방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정부는 체임 사업주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압박을 가하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고의적ㆍ상습적 체임 사업주의 경우 명단을 인터넷에 공개해 사업주의 명예와 신용에 불이익을 가하도록 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또 이들 사업주에 대해 금융기관 및 신용정보회사에 체임 정보를 제공해 금융 신용상 제재를 가하는 방법도 추진하고 있다. 체임 사업주 처벌도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고용부와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체임 사업주 13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속 수사가 이뤄졌으며 올해는 8월 말까지 7명이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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