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외국계 대형 슈퍼마켓들만 콧노래 부르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로 해외 기업의 배만 불릴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국내에 진출한 일본계 SSM이 올 들어 부산과 경남을 비롯한 남부권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영업점포를 확대해나가면서 골목상권과 마찰을 빚고 있다. 미국계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는 회원제라는 이유로 휴일에도 배짱영업을 계속해 논란을 빚고 있다.


외국 기업의 국내투자 확대는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할 일이지만 국내 기업과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하지 않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실제로 외국계 SSM은 토종기업과 달리 영업시간 및 출점제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영업규제 대상이 '매장 면적이 3,000㎡를 넘거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계열사가 직영하는 점포'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상호출자제한은 국내 대기업만 해당돼 매장 면적 3,000㎡를 넘지 않는 외국계 SSM으로서는 영업상의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 것이다. 대형 유통업계가 정부의 중재로 월2회 휴무하고 출점도 자제하기로 골목상권과 자율협약을 맺었지만 외국 업체들은 협약에도 참여하지 않아 오히려 반사이익을 더 누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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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만 영업활동상 제약을 받는다면 명백한 역차별이다. 일본계 유통회사들의 최근 공격적인 출점확대도 바로 이런 제도상의 허점을 파고든 것이다. 2005년 진출해 2010년까지 5년 동안 단 7곳의 매장에 불과하던 일본계 트라이얼은 올 들어서만도 매장 3곳을 추가로 늘렸다. 바로라는 일본 유통업체도 올해 경남과 부산에 매장을 잇따라 열었다. 사정이 이쯤 되자 전국상인연합회는 일본계 SSM의 운영실태와 골목상권 피해현황을 조사하기로 했다. 제도상의 허점을 고치도록 입법청원도 할 것이라고 한다.

일본계 SSM 문제는 대형마트 규제가 어떤 부작용을 낳았는지 보여주는 여러 사례 가운데 하나다. 또한 정치권이 추진하는 순환출자제한 같은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책이 초래할 역기능을 예고하기도 한다. 경제민주화라는 미명하에 대선주자들이 경쟁적으로 내거는 대기업 규제책이 국내외 시장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는 우리 기업의 손발을 묶어버리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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