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레이저 냉각장치(해외 과학가 산책)

최근 들어 미국의 신세대들은 뭔가 멋진 것을 보면 「cool」이라며 탄성을 지른다. 「cool」이라는 형용사를 「멋지다」, 「좋다」 또는 「아름답다」라는 뜻의 감탄사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이런 의미에서 미국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의 리차드 엡슈타인, 팀 고스넬박사팀은 정말 「cool」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레이저를 이용하여 고체를 냉각시키는 것이다. 레이저는 지금까지 주로 재료 가공, 고속촬영용 광원, 홀로그래피 등의 용도는 물론 의료용과 군사용으로 사용돼 왔다. 엡슈타인·고스넬박사팀은 여기에 냉각용이라는 새로운 용도를 추가한 셈이다. 빛을 냉각용으로 이용하는 것은 1929년 독일의 페터 프링크샤임이 처음 제안했다. 원자는 빛을 받으면 그 전자가 흥분하여 불안정해진다. 이 때 그 에너지를 다시 빛(광자)으로 바꿔 본래 가지고 있던 에너지보다 더 많은 양을 방출시키면 온도가 떨어진다. 이 때 나오는 빛이 형광이며 원자의 에너지는 1백만분의 1수준으로 떨어진다. 이를 도플러 냉각(Doppler Cooling)방식이라고 한다. 프링크샤임은 빛으로 냉각시킬 수 있는 물체는 형광을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셍각했지만 적당한 형광물질을 찾지 못해 이를 실험으로 검증하지 못했다. 이에 엡슈타인·고스넬 박사팀은 전자구조가 단순하고 형광효율이 높으며 흡수한 에너지를 열로 잃어버리기 쉬운 이테븀(Yb)원소를 골랐다. 그들은 지난 95년 레이저를 흡수하거나 산란하지 못하도록 불순물이 매우 적은 유리막대에 이테븀 이온을 도핑하여 강력한 적외선 레이저를 쏘는 실험을 한 결과 열손실이 2%에 이르는 것을 발견했다. 도플러 냉각보다 냉각효율이 1만배나 높은 수준이다. 또 이테븀이 도핑된 유리막대를 사이에 끼운 한쌍의 거울을 이용한 결과 온도를 영하 2백10도까지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거울은 투명하여 형광이 열로 빠져나가기 쉽고 적외선을 반사하기 때문에 외부의 열을 차단한다. 이같은 레이저 냉각장치는 인공위성에 있는 각종 전자장치들을 냉각시키는데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자장치들은 전자가 이동하면서 열을 내는데 이 때 적외선이 방출된다. 이 적외선은 지상에 있는 적외선 망원경을 헷갈리게 만든다. 지금까지 전자장치들을 냉각시키기 위해 주로 액화된 기체나 열펌프를 사용해 왔다. 그러나 액화된 기체는 사용할 수 있는 수명이 짧고 열펌프는 기계적인 작동으로 또다른 적외선을 방출하는 문제점이 있다. 레이저 냉각장치는 수명이 긴데다 움직이는 부품이 없기 때문에 적외선을 전혀 내지 않는다, 이에 최근 미국의 BAT(Ball Aerospace Technologies)사는 엡슈타인·고스넬박사팀이 개발한 레이저 냉각장치를 인공위성에 설치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높은 복사에너지를 가진 우주선이 레이저 냉각장치의 작동을 방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우주선이 레이저 냉각장치의 광화학적인 균형을 깨뜨리고, 빛을 도로 열로 만들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이다. 이에 최근 레이저 냉각장치를 초전도나 광컴퓨터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레이저 냉각기술은 앞으로 「cool」한 능력을 무한히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것이다.<워싱턴에서 허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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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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