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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흠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블룸버그·국민은행 등 법인세 부과 취소 승소
유철형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폐지된 부칙으로 과세' 한정위헌 결정 받아내
세금은 사회적인 문제다. 복지 논쟁과 이에 따른 증세 문제부터 조세 정의를 세우기 위한정부 정책까지 모두 세금을 둘러싼 사회적 고민에서 파생된다. 동시에 세금은 납세자의 삶에 깊숙이 파고드는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다. 법인이든 개인이든 세금을 내야 하는 납세자들은 '어떻게 하면 법을 지키면서 세금을 적게 낼 수 있을까'라는 현실적인 고민과 마주하기 때문이다. 조세 전문 변호사는 까다로우면서도 방대한 세법을 해석해 불필요한 세금 납부를 막아주고 세금 관련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해 납세자의 '고민 해결사'역할을 한다.
조세 분야에서는 최근 전문 변호사의 세대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순무ㆍ우창록ㆍ임승순 변호사 등으로 대표되는 선두 세대가 조세 전문 변호사 시대를 열었다면 지금을 그 뒤를 이어 2세대 전문 변호사들이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김동수(50ㆍ사법연수원 19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세대 상으로 보자면 1.5 세대에 속한다. 율촌의 '창업 공신'이며 지난 15년 동안 조세 분야를 전문적으로 맡아온 김 변호사는 요즘 말로 치자면 '조세통'이다.
최근 맡았던 사건 가운데 김 변호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은 것은 '은행에 합병된 신용카드 회사의 교육세 납부 부당' 판결이다. KB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 NH농협은행 등 신용카드를 발행하는 거의 대부분의 시중 은행이 관련된 데다 전체 시중 은행의 환급세액이 1,500억원을 웃도는 대형 사건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수익의 0.5%를 부담하게 돼 있는 교육세 과세대상 업종에서 카드회사의 신용카드업은 원래 제외돼 있었다. 그러나 2003년 이른바 카드 사태가 발생한 뒤 은행들이 너도나도 자회사인 카드회사를 합병하기 시작했는데 정부가 합병된 카드회사로부터 교육세를 받기로 한 것이다. 별도 법인인 카드회사는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은행의 카드사업부는 과세 대상이 된 것이다.
김 변호사는 "2008년 여름 시중 은행 카드사업부 담당자로부터 우연히 이 얘기를 들었다"며 "합병 전과 후에 카드 사업부가 하는 일은 같은데 합병을 이유만으로 교육세를 내는 것은 부당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논리를 개발하기 위해 율촌의 세무 전문 변호사는 물론 금융 전문 변호사들과 머리를 맞댔다. 협의와 고민 끝에 이들은 합병은행이 금융법상 은행이면서 동시에 신용카드업자라는 이중의 법률상 지위를 가진다는 논리를 금융법에서 찾아냈다. 결국 김 변호사팀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은행 전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김 변호사의 전문성은 법 적용과 해석을 넘어 법 개정 분야에도 미친다. 올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부가가치세법 전면 개정 정부 용역 프로젝트를 맡아 성공적으로 이끌기도 했다. 1976년 제정돼 30년 넘게 단 한 번도 고쳐진 적이 없는 부가가치세법에 새 옷을 입히는 데 공헌한 셈이다.
김 변호사는 "개정 전 부가가치세법의 조항은 47개인데 반해 관련 시행령은 116개, 시행규칙이 78개인 기형적인 구조였다"며 "하위법령에 과다하게 위임하다 보니 법률이 아니라 기관의 유권해석에 기대고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조문의 체계를 재정비해 혼란의 소지를 줄이는 일에 초점을 맞췄다. 개정 부가가치세법은 납세자의 불편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세분야에서 또 다른 차세대 전문변호사로 주목 받고 있는 이는 유철형(46ㆍ연수원 23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다. 변호사인 동시에 세무사와 변리사 자격증까지 갖춘 유 변호사는 지금까지 20편이 넘는 조세 관련 논문을 쓰고 7개의 학회에 참여하고 있는 학구파다.
유 변호사는 지난해 헌법재판소로부터 GS칼텍스가 법인세부과에 대해 한정 위헌 결정을 받아내는 데 역할을 담당했다. 세무 당국이 주식 상장과 자산재평가를 추진하다 이를 취소한 GS칼텍스에 대해 지난 2003년 구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23조에 근거해 700억대 세금을 다시 계산해 부과하자 GS칼텍스가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하지만 헌재는 "폐지된 부칙으로 세금을 부과한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사건은 헌재와 대법원 사이의 갈등 문제로까지 비화되며 법조계를 비롯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GS칼텍스 사건의 1심부터 대리해오면서 헌재 사건 대리까지 맡은 유 변호사의 논리는 명료했다. 폐지된 부칙으로 세금을 매기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난다는 것이었다. 유 변호사는 "대법원의 판결은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되고 GS칼텍스가 부당하게 이익을 얻는 것이 아니란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며 "이 점이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을 이끌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올해 GS칼텍스가 낸 재심에 대해서도 기각 결정을 내려 세금 부과가 부당하지 않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에 대해 유 변호사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법률 내에서 사건을 해석하는 것이 사법부가 할 일"이라며 "사라진 법률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사법부의 재량을 넘어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변호사는 또 소재가 불분명한 회사 수익에 대해 원천납세 의무자인 회사가 원천징수 의무자인 회사 대표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과 회사 대표가 회사 돈을 횡령한 것을 이유로 회사가 법인세를 포탈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을 각각 최초로 이끌어내기도 했다. 특히 회사의 회사 대표에 대한 구상권 행사 가능 판결은 종전에 엇갈리던 대법원 판례를 하나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백제흠(48ㆍ연수원 20기)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행정고시를 비롯해 미국 변호사와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까지 갖춰 다양한 관점으로 조세 분야 전문성을 발휘하는 데 정평이 나 있다. 인천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법원에 몸 담았던 백 변호사는 2004년 김앤장법률사무소의 조세팀에 합류한 뒤 조세분야 스페셜리스트로의 면모를 과시하기 시작했다.
현재 유 변호사는 국민은행의 국민카드 합병에 대한 법인세 취소 소송에서 국민은행을 대리하고 있다. 이는 법인세 규모만 4,100억원대인 매머드급으로 조세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금액의 소송이다.
지난 2003년 국민카드를 흡수합병한 국민은행은 국민카드가 합병 전 회계장부에 올리지 않은 대손충당금 9,320억원을 합병 후에 회계처리해 법인세를 신고했다. 이후 세무당국은 국민은행의 이런 조치가 조세부담을 줄이려는 부당한 행위라며 4,118억원의 법인세를 부과했고 이에 반발한 국민은행이 중부세무서장을 상대로 취소소송을 냈다.
백 변호사는 1심부터 사건을 맡아 1ㆍ2심을 모두 승소했다. 합병 전 대손충당금을 회계장부에 올리지 않은 것은 부적절한 회계처리가 맞지만 이는 세법상 납세자의 선택권이 적용되는 부분이라는 판단을 이끌어낸 것이다. 백 변호사는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대손충당금 적립에 대한 법 규정을 중시해 납세자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판단해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백 변호사는 2011년 '엔화스왑(swap) 예금'의 선물환 거래로 발생한 외화매매 차익에 대한 과세는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과 미국 유명 경제전문통신 블룸버그의 국내 법인세 부과 취소 판결 등을 이끌어내며 특유의 전문성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백 변호사는 지난 3월 세계적인 법률 전문지 '채임버스앤파트너스'가 선정한 아시아 지역 조세 분야의 '리딩 변호사'로 선정됐으며 각종 조세분야 학회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백 변호사는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이제 거의 모든 거래에 조세 이슈가 포함됐다고 보는 게 맞다"면서 "어떤 조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사전에 따져보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