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쪽방촌 겨울나기 등 고단한 삶 그대로…

용산구 동자동 사랑방 '쪽방서 살아가기' 안내서 발간<br>한겨울 견디는 법·방 구하는 요령<br>직업소개소·급식소·의료센터 위치<br>범죄피해 대처 등 법률정보도 실어

서울역 근처의 높다랗고 화려한 건물들 틈에 쓸쓸히 가려져 있는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1,000여 가구가 모여 살고 있는 이곳 주민의 대부분은 기초생활수급권자이거나 차상위 계층이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도 더러 있다. 추운 겨울이면 방 안에 놓아둔 물병이 금세 차가운 얼음덩어리로 변해버리는 쪽방에서 주민들은 전기밥통 안의 뜨거운 물을 '난로' 삼아 혹독한 겨울 한파를 이겨내야 한다. 26일 용산구의 쪽방촌 주민 지원센터 동자동사랑방은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등과 함께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을 위한 생활정보와 인근 지도 등이 담긴 생활안내서 '거리와 쪽방에서 살아가기'를 펴냈다. 이 책은 쪽방촌 주민에게는 생활정보를 제공하지만 외부인에게는 그들의 힘겨운 삶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책은 '뜨거운 물을 병에 담아 못 쓰는 양말에 넣은 뒤 이불 속에 넣고 자면 보온효과로 따뜻해진다'와 같은 겨울나기 팁은 물론 동상 치료법, 인근 고물상의 고물 시세나 자활사업 참여 방법 등을 상세히 담고 있다. 직업소개소와 무료급식소·의료센터 위치 등도 빼놓지 않고 수록했다. '서울 하늘 아래 밥 굶는 사람 없고 냉방에서 자는 사람 없게 하겠다'는 서울시의 모토를 이름 없는 시민단체들이 앞장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책에는 '어느 쪽방 건물에 방이 비었는지 알려면 쪽방 동네 어귀에 앉아 있는 사람을 직접 찾아 물어봐야 한다'는 조언부터 '좁은 방안에서 식사를 해결하려면 가스버너와 작은 밥통이 반드시 필요하다' '겨울철에 냉장고가 없을 땐 창밖에 수납공간을 만들어 음식을 보관해야 한다'등과 같은 생활 팁들도 담겨 있다. 명의를 도용당해 '바지사장'이 되거나 '대포통장''대포차' 등의 범죄에 연루됐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불심검문에 '쫄지 말고 당당하게' 대처하는 방법 등 법률정보까지 꼼꼼하게 나와 있다. 동자동사랑방의 한 관계자는 "쪽방촌 여기저기를 발품 팔아 돌아다니며 들은 많은 사람들의 얘기를 정리해 엮은 책"이라며 "주민과 노숙인의 생활에 '믿을 만한 구석'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1~2년 간격으로 새로운 정보가 생길 때마다 책을 업데이트해 발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책은 추위와 외로움에 떨면서도 이웃의 정으로 하루하루를 이겨내는 주민들의 모습을 담으며 '쪽방촌의 좋은 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다정다감한 이웃이 있어 좋다. 같은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들끼리 동병상련이라 소통이 잘 된다. 잘난 놈 없고 못난 놈 없으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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