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유리알 지갑에서 더 빼먹겠다고?

기획재정부 세제실의 발상이 한가롭다. 올여름 세제개편을 앞두고 직장인 소득공제를 축소 또는 폐지하는 방안을 만지작대는 모양이다. 의료비와 보험료ㆍ대학교육비와 같은 특별공제 항목이 우선 검토 대상이라고 한다. 아직은 아이디어 단계라고 하지만 유리알 지갑에서부터 더 뽑아먹겠다는 생각 자체가 안일하다. 손쉽게 세수를 끌어올리겠다는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일 뿐만 아니라 개인사업자와의 조세형평성에도 어긋난다.


근로소득 특별공제는 세제상 인센티브를 부여해 특정한 정책 목적을 달성하는 동시에 기본공제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는 측면이 있다. 법인의 비용처리 개념과 같은 맥락이다. 이런 측면에서 의료비와 교육비는 근로자의 가계운용에서 당연히 비용으로 인정돼야 마땅하다. 대학진학 억제를 위해 대학교육비 공제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 목적부터 설득력이 약하다. 과잉진료를 막기 위해 의료비 공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논리도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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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어려운 사정과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다. 정치권의 포퓰리즘 공약으로 복지지출이 점점 늘어날 상황에서 어떻게든 세수기반을 넓혀놓아야 하는 절박한 처지임을 안다. 그렇지 않고서는 재정건전성이 무너지게 돼 있다. 또 앞으로 세제개편에 따라 근로소득세 부문에서 세수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기존 공제들의 타당성 여부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필요성도 느낄 것이다. 감면 축소는 조세의 기본원칙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제를 개편할 때는 무엇보다도 조세형평성을 중시해야 한다.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확산에 따라 개인사업자의 탈세는 많이 개선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이들 소득의 20~30%는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조세연구원은 개인사업자가 주로 부담하는 종합소득세 탈세 규모를 연간 5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탈세의 온상인 지하경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20%를 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권에 속한다. 국세 체납액도 해마다 4조원에 이른다.

다른 분야에 숭숭 뚫려 있는 구멍은 놓아두면서 근로소득자들을 공략하는 것은 앉아서 손쉽게 세수를 올리겠다는 의도로 오해 받기 십상이다. 근로소득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요구하기에 앞서 다른 부문의 과세 누수를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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