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 김영필기자
“금융감독 당국은 대부분 곪아 터질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전에 해결하려고 들면 책임 문제가 불거져 쉽지 않지요”
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부산과 대전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사태를 보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금융당국이 진작에 저축은행 부실문제에 손을 댔더라면 이 정도까지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란 얘기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당국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허덕이는 저축은행 업계를 살리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대형 저축은행에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라고 했고, 부실 PF 대출은 자산관리공사에서 매입해줬다. 그런데도 상황이 진정되지 않자 은행계 금융지주사들까지 나서 저축은행을 인수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번 부산 및 대전저축은행 영업정지는 과거 대형 저축은행들에게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도록 했던 정책이 미봉책에 불과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실 금융당국은 지난 2008년과 2009년에 저축은행 위기 때 금융지주사들과 시중은행들에게 부실 저축은행 인수를 요구했었지만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다. 이에 따라 당국은 대형 저축은행이 부실 은행을 인수하도록 방향을 전환했고 ‘당근’도 내놓았다. 대형 저축은행이 부실사를 인수할 경우 인수자금 120억원 당 지점 1곳을 영업구역 외에 낼 수 있도록 해준 것. 결국 부산저축은행과 현대스위스, 토마토, 미래 등이 부실 저축은행을 가져갔고 저축은행 위기는 차츰 가라 앉았다.
미봉책으로 간신히 위기는 넘겼지만 근본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눈덩이처럼 굴러더 큰 문제가 돼버렸다. 부산저축은행 계열은 대전을 인수하면서 부실을 메우기 위해 더 무리를 했고, 결국 하루아침에 무너지게 된 것이다. 부산저축은행 계열의 무리한 욕심과 정부의 관리책임이 동시에 부각되는 부분이다.
문제는 과거의 실패한 정책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금융지주사들이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것을 피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많게는 수천 억원대의 손실을 그대로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 제대로 된 실사와 평가가 중요한 이유다. 성급한 실적주의 때문에 빤히 보이는 실패를 반복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susopa@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