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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가 내년 4월로 제법 남아 있음에도 벌써부터 차기 총재직을 둘러싼 하마평이 무성하고 실제로 이를 노리고 뛰는 사람들도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정부에 취임한 김 총재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정책 불협화음을 내면서 일찌감치 힘이 떨어진데다 차기 총재부터 청문회가 처음 시작되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인 듯하다.
유력 후보로 꼽히는 사람들이 청문회에서 낙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다시 한번 한은 출신이 총재직에 오를 가능성이 거론돼 구도가 한층 흥미로워지고 있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1980년대 이후 한은 출신으로 총재직에 올랐던 인물은 총 6명이다. 박성상(16대), 김건(17대), 김명호(19대), 이경식(20대), 박승(22대) 총재 등은 한은 근무경력이 있었고 이성태(23대) 총재는 사상 처음으로 부총재에서 총재로 직행하는 기록을 세웠다. 내부 출신 인사가 적지 않았던 셈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지만 당시만 해도 한은 출신이 총재에 오는 것이 당연했다"며 "시중은행장ㆍ은행감독원장 등을 거쳐 한은 총재에 오는 코스가 정통 코스였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들어서도 한은 총재직 후보로 한은 출신 인사들의 이름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총재가 추진했던 인사 혁신에 뒤이어 조직을 안정시키면서 안정감 있게 통화정책을 끌고나갈 인물이 필요하다는 논리에서다. 한은 출신은 일반 학자 출신보다 인사청문회를 무리 없이 통과할 수 있다는 이유도 따른다.
부총재를 지냈던 이주열 하나금융연구소 고문, 박철 전 리딩투자증권 회장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내부 인사는 아니지만 금통위원을 지낸 경험으로 조직을 이해하는 김대식ㆍ강명헌ㆍ최도성 등 금통위원을 지낸 인사들의 이름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 측 분위기는 좀 다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은 출신보다는 학회장 등 학계에서 명망 높은 분을 모시는 것이 맞지 않나"고 말했다.
학계 인사 가운데서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을 비롯해 정갑영 연세대 총장,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김인준 서울대 교수, 조윤제 서강대 교수 등이 후보군으로 언급된다. 김 원장과 신 교수는 박 대통령의 경제공부 모임 멤버이며 정 총장과 조 교수는 국민경제자문회의에 몸담고 있다.
차기 총재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해지면서 김 총재의 레임덕은 심해지는 모습이다.
올해 5월 기준금리 인하 결정 이후 통화정책의 운신 폭이 좁아졌고 7월 한은 부총재보 인사로 임기 내 임원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입지가 좁아졌다는 해석이다. 최근 김 총재가 심혈을 기울였던 인재개발원 준공식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출구전략'에 들어갔다는 해석도 나온다.
물론 한은에서는 이를 부인한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를 앞두고 연말연초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중앙은행 총재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