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건축은 문화다] (26) 청담동 테티스

투명 유리-노출 콘크리트 조화…돋보이는 개성 '묘한 매력'


‘테티스(TETHYS)’는 저마다의 개성을 자랑하는 서울 청담동 명품거리의 수많은 건물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지난 9월 완공되자마자 디자인이 우수한 건축물에 수여하는 서울시 건축상, 강남구 아름다운 건축물상 등을 휩쓴 테티스는 건축물이 단순한 콘크리트 덩어리 이상의 그 무엇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이려는 듯한 기세로 청담동 명품거리의 한 골목길에 버티고 서 있다. 설계를 한 곽희수 건축가의 말대로 테티스는 마치 땅속에 거대한 몸뚱이를 감추고 지상에 고개만 내민 트랜스포머 로봇 같기도 하고, 썰어놓은 감자 조각을 여기저기 붙여놓은 큐빅(정육면체) 덩어리 같기도 하다. 건축가의 의도가 무엇이든 이 건축물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저마다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하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 삭막한 도시공간에서 회색빛 콘크리트는 자칫 건축물을 몰개성의 존재로 전락시켜버릴 수 있지만 노출 콘크리트와 유리만으로 마감한 외장은 오히려 테티스를 도드라져 보이게 하는 장치로 승화됐다. 사실 이 점은 건축가가 테티스를 디자인하면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이다. 곽 건축가는 “투명의 유리와 반대개념의 콘크리트를 조화시켜 외부와의 연결 또는 단절에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건물을 정면에서 바라보면 그의 말이 십분 이해가 간다. 건물 각 모서리의 기둥만 빼면 사방이 유리로 둘러싸인 1층은 공간이 그대로 노출돼 좁은 골목길을 지나는 행인의 숨통을 틔워준다. 요즘 신규분양 아파트에 대부분 적용되는 필로티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테티스는 2층부터는 발코니 공간을 제외하면 정면부에서 창을 찾아볼 수 없다. 외부와의 소통을 위해 1층은 온전히 유리로만 마감을 했으면서 2층부터는 마치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태도를 싹 바꿔버린 것이다. 곽 건축가는 이에 대해 “햇빛에 반사되는 2층부터는 유리가 오히려 건물의 내외부를 더욱 단절시킬 수 있다”며 “역설적이지만 불투명한 콘크리트가 더 주변공간을 넓어 보이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1층은 커피전문점, 2층은 보석가게, 3~4층은 사무실이 들어서 있다. 마치 수동식 카메라의 렌즈처럼 건물 여기저기에 돌출된 부분들은 살아 있는 조명 역할을 하게끔 고안됐다. 낮에는 햇빛을 끌어들이고 밤에는 내부의 전등 빛을 외부로 발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옥상의 돌출부는 카메라의 뷰파인더처럼, 테티스 정면부의 조망을 마치 사각의 액자에 끼워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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