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법인세 인하 경쟁 재점화

특허박스 파격 혜택에 독·일 기업 대거 영국으로<br>독일·일본·벨기에도<br>해외기업 유치 위해<br>감세연구 머리 싸매


영국이 올 3월 법인세율을 대폭 낮추기로 하며 주요국에서 다시 한번 법인세율 인하경쟁이 불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낮은 법인세율을 찾아 영국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일본ㆍ독일 등도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는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8일 "지난 3월 영국의 법인세율 인하를 계기로 경기부양을 위한 주요국들의 법인세 감세경쟁이 가속되고 있다"며 "미국ㆍ유럽ㆍ일본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낮은 법인세율을 찾아 이전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요국들이 애플ㆍ구글 등 글로벌 기업의 편법적인 세금회피에 대해 철퇴를 내리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지만 기업유치를 위해 법인세 인하경쟁에 앞다퉈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영국은 3월 자국 기업에 적용하는 법인세율을 23%로 종전보다 1%포인트 낮추고 오는 2015년 4월까지 20%로 점진적으로 인하한다고 밝히며 주목을 받았다. 특히 영국은 특허로 발생하는 수입의 법인세율을 10%로 인하하는 '특허박스(patent box)' 제도를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주요8개국(G8) 가운데 미국ㆍ일본의 법인세율이 35%선으로 가장 높고 프랑스 33%, 독일 29% 등이며 영국이 가장 낮다. 여기에 특허박스 제도를 적용할 경우 영국 법인세율은 아일랜드(12.5%), 키프로스(10%) 등 조세피난처와 비슷한 수준까지 낮아진다. 이는 지난해 구글에 적용된 법인세 평균 세율(19%)보다도 낮은 수치다.


니혼게이자이는 "특허박스 도입 이후 영국에서 등록한 연구개발(R&D)ㆍ지적자본 관련 독일 기업 숫자는 471건으로 지난해보다 27% 늘었다"며 "일본 기업의 등록 건수도 730건으로 19% 증가하는 등 고부가가치 글로벌 기업의 영국행이 급증세"라고 평했다. 지난달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영도 미국과 네덜란드ㆍ스위스ㆍ아일랜드 등에 본사를 둔 40여개 다국적기업들이 영국으로의 본사이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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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자국 기업들이 영국으로 빠져나가면서 일본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일본은 현재 법인세 20% 미만의 지역을 '저세율 국가'로 규정하고 이들 지역 자회사의 이익을 일본 모회사 이익에 합산 과세하고 있다.

영국이 법인세율을 2015년 이후 20%로 낮출 경우 일본 기업의 영국 자회사들은 영국과 일본 간의 법인세율 격차인 15%포인트만큼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특허박스 제도를 도입할 경우 일본 기업들의 세금부담은 더 줄어들게 된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법인세율을 20%대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 독일 재무부 대변인도 "특허박스 제도가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와 아일랜드ㆍ벨기에 등도 해외 기업 유치를 위한 세제 연구에 적극 나서고 있다. 네덜란드는 중간 지주회사를 자국에서 운영할 경우 세제상 혜택을 볼 수 있는 '지분참여 면세제도'로 일본 파나소닉 등을 끌어들였다. 벨기에는 자기자본의 일정 비율을 주주에 대한 이자로 간주해 과세 대상 이익에서 공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미국 역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월 투자와 고용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제조업을 중심으로 법인세율을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금융위기 직후 한차례 인하 바람이 불었던 각국 법인세가 위기극복 과정에서 기업유치 촉진을 위해 다시 경쟁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며 "주요국들이 재정 문제로 발벗고 나서고 있어 (세율조화보다는) 소모적인 감세경쟁이 가속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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