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北 주민에 희망 심는 대북정책


신동방(新東方)정책에 입각한 서독의 대(對)동독정책과 우리의 햇볕정책은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됐다. 통일이 단기간 내에 현실화될 수 없는 여건 속에서 대립이 지속되면 민족 간 이질성은 커지고 공산주의 치하에 있는 동포들의 고통도 더욱 깊어질 것이다. 따라서 가능한한 많은 접촉을 통해 건너편 동포들의 삶을 개선시키고 그들의 눈과 귀를 열어 무엇이 옳고 그른지 느끼도록 하는 차원에서 둘은 동일한 목적을 가졌다. 北 인권ㆍ삶의 질 개선에 중점둬야 그러나 결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서독은 동독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동서독 주민들이 상호 방문할 수 있게 했고 동독 주민들이 서독의 방송ㆍ라디오ㆍ신문을 보고 듣고 읽을 수 있게 했다. 협정을 통해 문화ㆍ과학기술ㆍ체육 등 다양한 분야의 교류협력이 제도적 차원에서 이뤄졌다. 서독 정부는 동독 주민의 삶의 질ㆍ인권 개선에 초점을 뒀고 동독 주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서독과의 통일을 향한 도도한 행진을 시작한 것이다. 반면 금강산관광ㆍ개성공단을 비롯해 각종 목적의 방북과 활발한 교류가 진행됐지만 병들고 못 입고 못 먹는 북한 주민들은 줄지 않았다. 더구나 경제가 바닥을 치던 상황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핵실험을 강행했을 때 그 자금이 남한으로부터 벌어들인 것이라 의심하기에 충분했다. 햇볕정책 10년 동안 북한 주민의 삶은 여전히 고통스러웠고 인권이라는 가치는 사치스런 남의 이야기였다. 현 정부의 원칙 있는 대북정책은 정당했다. '북한당국의 정치적 양보가 없이는 보상도 없다. 남한의 지원이 북한 주민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원칙은 지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반성에 뿌리를 둔 올바른 선택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의도했던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정책이 정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당국은 변화를 거부하고 금강산 관광객 살해, 천암함 폭파와 연평도 포격 등 비인도적 행태를 서슴치 않았다. 오히려 2차 핵실험은 물론 플루토늄에 이어 우라늄 핵폭탄 제조 능력을 공개적으로 자랑했다. 북한 주민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다. 책임은 북한당국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일이 사망했다. 동독 주민과 같은 위대한 결단은 아직 북한 주민 내에서 찾을 수 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의 정책방향이 옳고 나쁜 쪽은 북한당국이니 우리의 길을 고수해야 하는가. 아니면 대승적으로 한반도를 경영한다는 차원에서 우리 정책을 조정해야 하는가. 유념해야 할 점은 한반도에서 우리가 담당해야 할 역할을 중국이 치고 들어오는 현실이다. 각종 지하자원 개발권, 나진항 이용권 등의 권리를 하나씩 챙기면서 거의 모든 북한의 생필품을 중국이 공급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우리가 먼저 다가가 동포애로 보듬길 김정은은 김일성 사후에 김정일이 그랬던 것처럼, 일단 문을 걸어 잠그고 집안 단속에 매달릴 것이다. 남북협력은 후순위에 놓일 것이다. 김정일에 비해 기반이 취약하고 정통성이 부족한 김정은의 권력 안정을 위해 중국은 최선을 다하면서 김정은과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극대화하려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초심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삶의 질 개선에 초점을 두는 정책, 그들의 눈과 귀를 열어 바깥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들 삶의 현주소가 어떤지, 우주를 넘나드는 21세기에 권력의 3대 세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중국이 대안인지 남쪽의 동포들이 아군인지를 그들 스스로 깨우치도록 기회를 주는 동시에 우리의 동포애가 전달될 수 있도록 우리가 먼저 다가가야 한다. 그리고 북한 주민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사랑과 인내를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들이 민족자결권을 행사하고자 한다면 그 누구도, 어떠한 외세도 개입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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