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급전 쓰는 가계 다시 늘어난다

예금·보험금에 전세금까지 담보로<br>예금·보험금담보 대출 작년 4분기부터 증가세<br>제2금융권 전세금담보 1년만에 55%나 급증


가계의 현금이 마르기 시작하면서 마지막 보루인 예금ㆍ보험금ㆍ전세금까지 담보로 잡혀가며 급전을 쓰려는 대출수요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11일 서울경제신문이 국민ㆍ신한ㆍ하나ㆍ기업은행과 농협 등 5개 주요 은행의 예금담보대출 추이를 집계한 결과 지난 2009년 4ㆍ4분기부터 지난해 3ㆍ4분기까지 하락세를 타던 대출 잔액이 4ㆍ4분기 말에는 전 분기 말 대비 2.2%(1,467억원)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은행의 분기별 예금담보대출 총잔액은 ▦2009년 4ㆍ4분기 말 6조8,702억원 ▦2010년 1ㆍ4분기 말 6조3,447억원 ▦2ㆍ4분기 말 6조3,956억원 ▦3ㆍ4분기 말 6조1,672억원 ▦4ㆍ4분기 말 6조3,139억원이다. 일반적으로 예금담보대출은 가계가 현금고갈 상황에서 선택하는 고육책이어서 잔액 증가는 자금사정이 나쁜 가정이 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 대형 은행의 여신담당 간부는 "은행들은 예금담보대출을 고객서비스 차원의 곁가지 상품으로 내놓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특별히 판매에 열을 올리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예금담보대출 잔액이 늘어난다면 가계의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이 같은 기류는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서민의 급전 수요가 더 밀려드는 제2금융권에서도 두드러졌다. 보험업계에서는 고객이 보험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약관대출 잔액이 지난해 7월 말(30조7,143억원)부터 10월 말(31조3,363억원)까지 2.02%(6,220억원)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약관대출 증가세는 그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주요 보험사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전세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전세금담보대출 역시 급격히 늘고 있다. 제2금융권의 한 대형 여신금융업체의 경우 2009년 4ㆍ4분기 말 1,369억원이던 전세금담보대출잔액이 2010년 4ㆍ4분기 말에는 3,082억원을 기록, 1년 만에 무려 55.6%의 증가율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전세금담보대출 시장에는 (저축)은행을 비롯한 다른 금융사들도 뛰어들고 있다"고 밝혀 실제 총잔액 증가폭은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융권은 그나마 아직까지는 가계가 대출 이자를 갚을 수 있다고 생각해 예금이나 보험금ㆍ전세금을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취업난 확산, 금리ㆍ물가 상승 등으로 가계의 자금 압박이 더 심해지면 아예 예금ㆍ보험을 깨거나 전세금마저 빼게 되고 그 이후에는 사채로 빠져들 수도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