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문제는 정치다

고대 그리스는 민주주의를 발달시킨 나라다. 그런 그리스가 잠시 동안이지만 민주주의를 내려놓기로 결정했다. 국가 부도라는 초유의 위기 상황을 초래한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대신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루카스 파파데모스 전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를 새 총리로 선택한 것이다.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의 일간지인 라 레푸블리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2% 이상의 이탈리아인들이 독재 정권과 민주주의 정권 사이에 차이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답했으며 10%는 독재 정권이 민주주의 정권보다 오히려 효율적이라고 했다. 사욕을 채우는 데만 급급했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에 대한 실망감이 그대로 표출된 것이다. 이에 이탈리아는 베를루스코니 대신 마리오 몬티 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집행위원을 새 지도자로 선택했다. 파파데모스와 몬티는 대중 정치인이 아닌 테크노크라트라 불리는 경제 전문관료 출신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중해 국가에서 대중적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개혁성향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이 뜨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다름 아닌 정치권의 무능에 대한 반발이다. 나라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였음에도 파판드레우는 정치적 앞날에 대한 걱정으로 무리수를 뒀으며 베를루스코니는 계속해서 개혁을 늦춰왔다. 이들은 국가의 앞날과 국민의 미래가 아닌 자신들의 앞날을 더 걱정했다. 이들을 벼랑 끝에서 몰았던 것은 결국 경제이자 시장이었다. 이들이 물러나자마자 세계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시민들이 열렬히 환영했다는 사실은 진정한 개혁의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남유럽 정치판의 얘기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놀라운 경험을 했다. 정치와는 멀게만 느껴졌던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인한 것이다. 정치권은 안철수 현상을 그저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평가절하했지만 시민들의 생각은 달랐던 것 같다. 정치를 해본 적도 없는 안철수 교수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걱정이 된다. 우리 주변에도 행여 파판드레우와 베를루스코니 같은 불안의 씨앗이 자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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