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특허소송에 이어 부품 공급선까지 잇따라 바꾸면서 양사의 관계가 '균열'을 넘어 '와해' 단계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 역시 애플을 상대로 그동안의 소극적 특허대응에서 벗어나 공세적 특허소송을 제기하고 나서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모바일기기 시장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부품 수급에서는 긴밀한 사업파트너이다. 올해 애플은 삼성전자로부터 8조7,000억원 규모의 부품을 구매해 삼성의 최대고객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대만 반도체 전문업체 TSMC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공급업체로 선정했다. AP는 모바일기기의 두뇌(중앙처리장치)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으로, 그동안 삼성전자가 애플로부터 전량 생산을 위탁받아 독점공급해왔다. 업계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인 삼성의 기술력을 감안할 때 당장 삼성전자의 AP 공급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핵심 부품 공급업체를 변경했다는 점과 세계 1위 반도체 업체인 인텔과도 AP 칩셋 생산을 추진하고 있어 사실상 애플이 삼성전자와의 관계 단절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일본 샤프의 가메야마 공장에 10억달러를 투자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표면적으로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액정화면(LCD) 패널을 확보하기 위해서지만 삼성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애플은 그동안 LG디스플레이로부터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받았으나 작년부터는 삼성전자와 대만 치메이로 공급선을 확대했다. 삼성전자는 뒤늦게 애플에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했지만 올 1분기에는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최대 공급업체로 올라섰다. 메모리 공급 전략에도 변화의 조짐이 본격화되고 있다. 애플은 최근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탑재되는 D램 공급량중 일본 엘피다 몫을 대폭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까지는 D램의 절반을 삼성전자에서 공급받고 나머지를 하이닉스(30%)와 엘피다(20%)에서 구입했지만 올해 들어서 엘피다에 물량을 몰아주기 시작했다. 전방위적인 '탈(脫) 삼성' 행보에 돌입한 것이다. 애플이 삼성전자에 대한 부품 의존도를 줄이는 것은 모바일시장의 최대 라이벌로 부상한 삼성전자를 직접적으로 견제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로부터 부품 공급을 계속 이어가는 것은 결국 삼성의 경쟁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모바일기기 시장에서는 특허공세로 삼성전자의 판매망을 무력화시키고 부품시장에는 공급선 다변화로 삼성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한편 그동안 양사의 사업적 협력관계를 감안해 애플의 특허공세에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던 삼성 역시 입장을 바꿔 공세적 특허소송 제기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호주 법원에 애플 본사를 상대로 통신기술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데 이어 같은 날 독일법원에도 항소를 제기했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애플은 그동안 완제품 시장에서는 경쟁자였지만 부품 시장에서는 시너지를 내왔다"며 "하지만 스마트 시장의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양사의 협력관계가 위기에 봉착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