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한파와 현재까지 이어지는 이상저온 현상으로 유통가에 신선식품 확보 비상이 걸렸다. 날씨 영향으로 채소 및 과일류의 성장이 좋지 않아 상품성 있는 물량을 제대로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주요 백화점 및 대형마트들은 MD(상품기획자)들의 산지 방문 횟수를 대폭 늘리고 고품질의 물량을 선별하기 위한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의 특별 조치에 돌입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식품관의 청과코너를 담당하는 연창모CMD(선임상품기획자)는 최근 지방 농가를 찾는 횟수를 예년보다 2배 더 늘렸다. 현재 주 4회에 걸쳐 산지를 방문하는 통에 일주일 중 대부분을 외근으로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연 CMD는 "청과의 경우 날씨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아 전년보다 생산량과 품질, 크기 등 모두가 떨어진다"며 "백화점 식품관에는 프리미엄 상품만 판매하는 만큼 전국을 돌며 재배 농가를 섭외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다음달부터 출하되는 수박의 경우도 저온 영향으로 작년보다 20% 가량 수확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작년까지 주 산지인 경남 함안의 일부 농가에만 한정해 진행했던 작황 점검을 최근에는 이 지역 전 농가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마트에서도 과일팀 바이어가 매주 산지에 내려가 현장을 점검하는 등 여름 과일 물량 수급에 고심하고 있다. 이호정 바이어는 "일조량 부족으로 수박 성장속도가 들쭉날쭉해 수확시점을 늦춰 성장도를 높이는 중이며 제품도 4kg 이상인 물량만 선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물량 수급의 안정화를 위해 최근 농산물 직거래 비중을 대폭 늘렸다. 최미영 신선식품팀 바이어는 "과일과 채소 출하량이 줄어 산지 가격이 많이 오른 만큼 소매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직거래 비율을 현재 70%까지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이는 작년말 30~40%의 두배 수준이다. 또 이번 냉해로 가격 변동폭이 컸던 파프리카와 오이 등 과채류와 상추, 깻잎 등의 엽채류는 거래산지를 다양화하는 조치도 실행했다.
전반적으로 품질이 떨어진 만큼 당도 체크 등도 예년보다 강화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2월 오산 물류센터에 이동식 비파괴 당도검사기계를 설치해 주요 과일 상품에 대해 정밀 당도 체크를 진행 중이다. 기존의 농산물 산지유통센터에서만 갖춰졌던 이 설비를 추가로 확보, 검사 횟수를 늘려 고품질 과일 선별에 집중하고 있는 것.
이마트도 수박의 경우 지난해 40% 가량의 당도 비파괴검사를 실시했지만 올해에는 산지 물량에 대해 그 대상을 전량으로 확대한 상황이다.
홈플러스 역시 작년 전체 물량의 30% 수준이던 수박의 비파괴 당도선별 검사 비중을 최근 70%까지 늘리고 참외는 전부 실시하고 있다. 특히 최근 산지 농가에 파견해 농산물 품질점검을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검시관 비중을 작년보다 10% 더 늘려 고품질 제품 선별에 애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반적인 가격 상승과 품질 저하 현상을 겪고 있는 국산 과일의 대체재로 수입과일을 적극적으로 선보이기도 한다. 현대백화점은 세계 최대 농산물 업체인 '돌(Dole) 코리아'와 제휴를 맺고 최근 파인애플과 바나나 등 수입과일 가격을 최대 30% 내렸다. 백화점 관계자는 "품질 문제로 국산 과일을 찾지 않는 고객의 유출을 막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도 다음달 초 칠레산 키위 신품종인 'Summer 키위'를 아시아 최초로 단독 판매하기로 하는 등 국산 과일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한 노력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