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준비 된 태극영웅들

박민영기자 <문화레저부>

108년 만에 고향을 찾아 열린 제28회 아테네올림픽. 16일 동안의 숱한 환희와 좌절의 순간을 뒤로 한 채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져갔다. 한국은 금메달 수에서 당초 기대에 못 미친 9개에 그쳤으나 지난 96 애틀랜타대회 이후 8년 만에 다시 세계 ‘톱 10’에 복귀하는 성과를 거뒀다. 올림픽에 참여한 선수들은 모두가 자랑스러운 ‘태극영웅’들이다. 하지만 한국의 목표 달성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종목은 두말할 나위 없이 탁구와 양궁이었다. ‘탁구의 꽃’이라는 남자단식 정상에 올라 최강 중국 탁구의 자존심을 무너뜨린 유승민. 그리고 오르기보다 지키기가 열 배는 어렵다는 정상을 20년 넘게 고수해온 양궁대표팀. 이들의 쾌거는 뼈를 깎는 노력과 함께 무엇보다도 철저한 준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유승민은 만리장성을 넘기 위해 그들의 주무기인 ‘이면 타법’을 연구하고 대비책을 완벽하게 세웠다. 여기에다 이면 타법 극복을 돕기 위해 손목이 시리도록 하루에도 수천 개씩 연습 공을 쳐준 김택수 코치의 헌신적인 바라지가 곁들여졌다. ‘신동’에서 ‘황제’로 거듭나는 데는 ‘준비’가 필수였던 것이다. 양궁대표팀의 ‘대비’는 철두철미 그 자체였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야구장과 경륜장을 찾아 활시위를 당기는가 하면 공동묘지 훈련과 다이빙, 해병대 체험 등으로 담력과 극기를 키웠다. 성과는 여자의 경우 개인전 6연패, 단체전 5연패라는 전인미답의 금자탑으로 나타났다. 스포츠가 곧 과학인 현대체육에서 구체적인 목표 설정, 상대에 대한 철저한 정보 수집, 실전과 똑같은 상황훈련이 없는 주먹구구식 트레이닝만으로 정상 제패를 바라기는 힘겨워졌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올림픽 기간 동안 태극영웅들과 함께 웃고 울었다. 그들은 이제 대한민국의 ‘경제 금메달’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준비 없이 요행이나 기적을 바라는 선수가 월계관을 쓰기 어렵듯 냉철한 현실 판단과 구체적인 청사진 없는 경제 운용은 국민들에게 ‘경제 금메달’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기는 역부족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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