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예산이 대통령 공약과 관계가 있다는 이유로 집중적인 견제를 받는다면 자연스럽지도 못하거니와 후진적이다. 민주당은 '박근혜표 예산이라 거부한 게 아니라 실효성을 꼼꼼히 따져본 결과'라고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당 내에서 "박근혜표 예산은 들어내겠다"는 말도 나오지 않았는가.
민주당의 표현대로 예산안은 대통령의 통치자금이 아니다. 국회에서 심사하고 협의를 거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민주당이 정녕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을 중시한다면 예산사업에 박근혜표 예산이니 '종박(從朴)'이니 하는 정치적 딱지를 붙일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대통령이 예산안에 자신의 국정철학을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 쪽지예산을 일삼는 의원들이 대통령의 관심사업을 지우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둘째, '박근혜 예산'에는 필요한 사업이 적지 않다. 새마을운동 국제화 예산 같은 경우도 비용 대비 기대효과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새마을'이라고 배격할 게 아니라 우리 사회 공동의 유산이자 세계로 뻗어 나갈 자산으로 여기는 자세가 요구된다. 비무장지대(DMZ) 생태공원 조성같이 현실성을 결여한 예산은 사안별로 걸러내는 현실감각을 되찾기 바란다. 셋째, 대통령의 관심 예산을 통과시킴으로써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국정에 협조하는 책임정당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때 민주당의 미래도 밝아지고 정치풍토 역시 개선될 것이다. 대승적 판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