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국인 국적 '물갈이'
美·유럽인 떠나고 中·동남아인은 몰려오고전년비해 2배늘어 절반넘어선진국 출신들은 최고 30%까지 감소
‘미국ㆍ유럽인은 떠나고 중국ㆍ동남아인은 몰려들고.’
국내 경제환경이 급속히 변하면서 수도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국적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고급인력이 많은 미국ㆍ유럽인의 국내이탈이 빠르게 진행돼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3일 서울시가 발표한 ‘국적별 외국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서울시에 등록된 외국인(1년 이상 장기체류자)은 10만2,882명으로 1년 전에 비해 40.5%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중국 국적이 5만2,572명으로 전년에 비해 두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전체의 절반(51.2%)이 넘는다. ▦타이완(8,908명, 8.7%) ▦필리핀(3,894명, 3,8%) ▦베트남(2,052명, 2.0%) ▦몽골(1,936명, 1.9%) 등 동남아국을 합치면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 10명 가운데 7명(67.6%)이 중국과 동남아 국적이다.
이는 지난 2000년대 들어 다방면에서 중국과의 교류가 활발해진데다 조선족을 비롯한 단순 노동인력이 중국ㆍ동남아 지역에서 대거 국내로 들어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불법체류자까지 포함하면 중국ㆍ동남아 국적자는 통계를 훨씬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미국ㆍ일본ㆍ유럽 등 선진국 국적 외국인은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미국인은 1만1,484명으로 전년 대비 29.7%, 일본인은 18.8% 줄었고 캐나다ㆍ프랑스ㆍ러시아 국적도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이 같은 ‘외국인 물갈이’는 2000년 이후 가속화되고 있다. 99년에만 해도 미국인이 1만8,763명으로 전체의 32.8%로 가장 많았으나 2000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서 4년 만에 3분의1 수준(11.2%)으로 곤두박질쳤다. 일본인의 비중도 같은 기간 11.0%에서 6.0%로 거의 반토막났다.
이에 비해 중국 국적은 99년 1만2,283명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1.5%에 그쳤으나 2000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서 지금은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절반을 넘었다. 서울시 정보화기획담당관실의 한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 국적의 외국인은 대부분 금융ㆍ제조ㆍ컨설팅 등에 종사하는 고급인력 비중이 높아 우리 경제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를 하고 있는데 이들이 빠져나간다는 건 부정적인 측면이 크다”고 우려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3D업종에서 일하는 단순 노동인력도 필요하지만 경제 선진화에 도움이 되는 우수인력 유치는 더욱 중요하다”며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외국인생활환경 개선정책 시행에 속도를 더 내는 등 외국인 마음잡기에 한층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외국인들의 거주지역도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중국ㆍ동남아 국적 외국인은 구로ㆍ금천ㆍ서대문 등 강북 지역에 대거 몰려 사는 데 비해 미국ㆍ일본인 등은 용산과 강남ㆍ서초ㆍ송파 등 강남 지역 거주자가 많았다.
미국인의 경우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용산구(약 1,400명)보다 강남구(약 2,000명) 거주자가 많았으며 용산과 강남 3개구 거주인구가 5,500여명으로 전체의 절반에 달했다.
임석훈기자 shim@sed.co.kr
입력시간 : 2004-06-13 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