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미래창조과학부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2014년 업무보고와 25일 박 대통령이 발표한 경제혁신3개년계획 대국민 담화문은 수십개의 숫자로 뒤덮혀 있었다.
미래부는 업무보고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기초연구의 글로벌 거점으로 구축하겠다며 세계적 수준의 과학자를 연구단장으로 유치해 창의적 연구역량을 강화하고 연구단 운영의 자율성을 확대하겠다고 내세웠다. 이를 위해 오는 2017년까지 세계 톱 1%의 과학자를 300명 유치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직접 담화문에서 이를 언급하며 미래부의 계획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이 야심 찬 계획은 현실과 너무 거리가 멀어 보인다. '톱 1%'의 기준이 불명확한데다 '300명'이라는 숫자의 출처도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연구분야는 물론 활동영역도 다른 과학자들을 두고 1부터 100까지 서열을 매긴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300명이라는 숫자가 등장한 배경과 실제로 그만큼의 인원을 유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당초 미래부는 지난해 3월 이뤄진 2013년 업무보고에서 2017년까지 톱 1% 과학자 300명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유치한 과학자의 수는 43명에 불과하다. 5년간 300명을 유치하려면 매년 평균 60명을 유치해야 하는데 이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톱 1%란 피인용 상위 1%의 논문을 가진 교신저자나 주저자와 주요 분야의 수상자를 뜻하는 것"이라면서도 "기준이 아주 명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과학자 300명 유치에 대해서는 "300명이라는 숫자는 2017년까지 50개 기초과학연구원 연구단을 구성하겠다는 계획에 맞춰 나온 것"이라며 "연구단장과 부연구단장을 각 단에 6명 정도씩 배치해 총 300명을 유치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5일 발표된 박 대통령의 경제혁신3개년계획 담화문에서도 허황된 숫자는 어김없이 등장했다.
박 대통령은 가칭 코리아 리서치 펠로십(Korea Research Fellowship·KRF)을 신설해 해외 우수인재가 국내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우수한 해외 석·박사 과정생과 신진·중견 연구자 등에게 장학금과 연구비·항공료·생활비 등을 지급해 국내 대학이나 기관에서 연구를 진행하게 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17년까지 3만7,000명의 해외 우수인재를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3만7,000명이라는 숫자에 대해 벌써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 체류 중인 해외 인재의 수가 2만6,000여명에 불과한데 이공계 연구자로만 3만여명을 유치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3만7,000명이라는 숫자는 KRF를 통해서 유치되는 인원뿐이 아니라 유학생 등 국내에 들어올 모든 해외 우수인재를 총괄해 나온 숫자"라며 "2017년까지 KRF를 통해 유치될 인재는 200여명 정도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