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뉴스 포커스] 산유국-소비국 헤게모니 싸움

■ IEA, 비축유 전격 방출 결정<br>유가 안정 노리는 오바마<br>중동 민주화로 영향력 줄어<br>OPEC 증산 유도 실패하자 IEA 카드로 '군기잡기' 나서


23일 밤10시(한국시각)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격적인 비축유 방출 결정을 계기로 국제석유시장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IEA는 리비아 사태로 1억3,200만배럴의 공급부족이 발생한 탓이라고 방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급균형이 깨져 응급처방을 했다기보다 석유소비국기구인 IEA와 산유국단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간의 헤게모니 경쟁에 따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비축유 방출 결정에는 IEA를 주도하는 미국의 경제사정과 중동 민주화 바람에 따른 OPEC 회원국 간의 미묘한 역학구도 변화 등이 자리잡고 있다. 우선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조달러가 넘는 돈을 경기 활성화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최근 실업률이 다시 오르고 석유제품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버락 오바마 정부 입장에서는 '표심'을 잡는 데 뛰는 기름 값이 큰 걸림돌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은 지난 9일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공조해 OPEC의 석유생산량 증산으로 가격안정을 꾀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OPEC의 경우 그동안 미국과 공조체제를 유지해온 사우디아라비아가 막강한 힘을 과시했다. 하지만 산유국인 중동국가들에 지난해부터 민주화 바람이 불어닥치면서 친미정권의 영향력 감소가 결국 OPEC의 증산실패로 이어졌다. 미국으로서는 비축유 방출 카드를 써 OPEC에 강한 견제구를 날린 셈이다. 이라크와 이란 등 반미성향의 중동 산유국에서는 IEA의 급습에 당혹해하면서 감산을 경고하는 등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IEA가 이번 조치는 미국의 OPEC '군기잡기'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OPEC 걸프 회원국 대표도 "IEA가 미국의 등쌀에 떠밀려 '정치 게임'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국제유가는 올해 초부터 100달러를 넘어섰지만 비축유를 방출할 만큼 수급구도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시각은 많지 않다. 지난 1974년 설립된 IEA가 과거 걸프전과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를 제외하고 사실상 가격안정 차원에서 방출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로 IEA의 비축유 방출 결정은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필요한데 일부 유럽 국가들의 경우 "수급에 큰 문제가 없다"며 막판까지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앞으로 IEA가 비축유 방출 문제에 있어 미국의 입김으로 수급 못지 않게 가격안정에도 무게를 둔 정책을 펴나갈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이달석 박사는 "이번 비축유 방출은 예상보다 미국경제의 회복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IEA가 국제유가 안정을 목적으로 비축유 방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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