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유학 시절 한국인인 내가 자랑스럽게 여겼던 물건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출국 전 사가지고 간 삼성 미니 노트북이었다. 하지만 노트북을 본 친구들은 늘 "일본 제품이냐"고 물었고 난 늘 "삼성 제품이다"라고 답했다. 그러면 항상 "삼성이 일본 회사 아니야"라는 질문이 되돌아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삼성의 글로벌 브랜드 파워가 매우 약했기 때문에 있었던 해프닝이었던 듯하다. 지금은 누군가가 '삼성이 일본 브랜드냐'고 묻는다면 그야 말로 '덜 떨어진 사람' 취급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날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느끼게 한 다른 한가지는 '코스피200옵션'이었다. 재무관련 수업시간 옵션 얘기가 나올 때면 한국이 단일 옵션 시장 1위라는 얘기가 빠지지 않았다. 학생들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그런 금융 선진국이었냐고 놀라워했고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모두 한국을 바라보게 되는 시각이 달라졌다. 금융사의 임원으로서 난 회사와 상품을 브랜딩하기 위해 늘 고민한다. 노무라가 가진 강점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또한 그 강점이 공중들에게는 어떻게 인식돼 있는지를 파악해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고민한다. 이것이 브랜딩의 핵심이다. 국가를 브랜딩하는 것 역시 상품 혹은 회사의 브랜딩과 다르지 않다. 한국의 국가 브랜딩에서 고려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요즘 신문 논조를 보면 한국이 파생상품 부문에서 세계 1위의 지위에 있다는 것을 불명예스럽게 느끼고 있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여주는 우리 강점을 왜 부끄럽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 한국보다 규제가 약하고 자유로운 홍콩은 아시아 금융시장의 허브라는 멋진 포장을 쓰고 있지만 실상 소매 금융 서비스 질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형편 없다. 필자는 한국이 아시아의 금융 선진국이라는 사실을 홍콩에 온 이후 더 많이 깨닫고 있다. 잘하는 분야를 되돌아보고 개선해야 할 점을 찾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다. 한국 파생상품 시장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 건설적인 비판을 수용하고 개선안을 고민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미래에 우리 아이들이 한국이 옵션 시장에서 세계 1위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적어도 부끄럽지 않도록 브랜딩하는 것 역시 국가 미래를 위해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