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나라당 중진모임이 박근혜 전 대표에게 '제왕적 총재'에 버금가는 권한을 갖는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기기로 의견을 모은 상태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친박계 김학송 의원은 "총선 전에 전당대회를 열면 민주당 꼴이 난다"며 "박 전 대표에게 대표 권한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고 친이계 조해진 의원은 "당의 모든 역량을 모아도 선거가 쉽지 않은데 이것저것 배제하면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박근혜 체제'가 등장하기까지 4년여의 긴 시간이 걸렸지만 이 문제가 일단 수면 위로 나오자 친박근혜계는 즉각 목소리를 높이며 대세장악에 발 빠르게 나섰고 이에 대한 반대세력의 저항은 시간이 흐를수록 강도가 높아졌다. 이날 오전7시30분께 친박계 6선 중진인 홍사덕 의원이 주최한 조찬모임에는 한나라당 3선 이상 중진 38명 가운데 29명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 친이ㆍ친박계 중진의원들은 박 비대위원장에게 전권을 주는 데 공감했다. 다만 6선인 정몽준 전 대표와 4선인 이재오 의원은 불참했다. 이어 9시30분께 3선 의원 중진들은 당사에서 별도로 간담회를 열어 ▦재창당 '수준'의 쇄신을 위해 ▦박 위원장에게 전권을 주는 비대위를 구성하고 ▦최고위의 전권을 비대위에 위임하고 당권과 대권 분리 규정을 예외로 하는 당헌 당규 개정을 실시한다는 데 동의했다. 두 모임에 참석한 이윤성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전반적으로는 '박근혜 비대위'가 총선이 끝날 때까지 가되 박근혜당이 돼 공천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자고 공감했다"면서 "박 전 대표도 친박계를 해체하고 외부 사람을 영입하면서 기득권을 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진의원 간담회와 비슷한 시각 초재선 쇄신파로 구성된 '민본 21'은 별도로 회동해 "신당 수준의 재창당을 이뤄낼 비대위 발족을 촉구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친이ㆍ친박 할 것 없이 중진의원들이 기존 체제 내에서 변화를 도모하자 정면으로 반발한 것이다. 오후 열린 의총에서는 친이와 친박 간의 대립이 두드러졌다. 친박계이자 당 최대 조직인 전국위원희 의장인 김학송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이 당 대표가 돼 19대 총선 후보들에게 공천장을 줘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서 "의총에서 의결하면 전국위를 열어 당헌 당규를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위는 당헌 당규를 개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 박 전 대표의 공천권 전힁 우려에 대해 김 의원은 "17대 때 당시 박 대표는 김문수 공천심사위원장의 공천에 일절 개입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친이 직계인 조해진 의원은 "비대위를 총선까지 끌고 가는 것은 길다. 또한 난파상황을 맞아 구성한 비대위를 제도인 당헌 당규로 규정하는 것은 법리상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쇄신파 역시 목소리를 높였다. 정두언 의원은 "나는 박근혜가 공천권을 갖든 비대위원장이 갖든 신당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라면서 "상황이 위중한데 홍준표에서 박근혜로 얼굴만 바꾸면 그 나물에 그 밥 아니냐"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