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부산 소주시장 장악한 무학의 무리수


"좋은데이 소주를 드실라카면 이물질이나 파리가 있는지 단디 디다보이소." 부산시민단체협의회,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부산여성NGO총연합 등 부산 지역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착한 소비자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가 최근에 선보인 '착한 소비자 광고'의 문구다. '좋은데이 소주를 마시려면 내용물을 잘 살펴보라'는 부산 사투리다. 이 광고는 무학이 만든 저도주 '좋은데이'에서 최근 파리ㆍ담배꽁초 등 이물질들이 잇따라 발견되고 생수를 운반하는 차량으로 폐수를 몰래 운반 처리하려 한 사실이 당국에 적발되면서 터져 나온 시민단체들의 항의 표시로 볼 수 있다. 이들은 지난 16일 대형 현수막과 피켓 등을 들고 부산 시내 중심가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현수막과 피켓에는 '쓰레기 소주 부산시민 죽인다'는 등의 과격한 문구들로 가득 차 있었다. 시민들이 이처럼 들고 일어난 데는 무학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지금은 지역 경계의 벽이 사라졌지만 원래 소주는 1도 1사 형태로 자도주 경향이 짙다. 대선주조는 부산의 대표 향토기업이고 무학은 경남을 대표했던 주류기업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대선주조의 주인이 몇 번 바뀌는 동안 무학이 부산시장 장악에 성공했다. 무학은 시장 잠식에 취한 걸까. 무학은 이후 각종 이물질 소주와 폐수 불법 반출 사건 등의 장본인으로 떠오르며 부산 시민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대선주조를 향한 네거티브 마케팅은 부산 시민들의 향토색을 자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열을 정비한 대선주조가 무료 대리운전과 영화 관람권을 제공하는 저도소주 '즐거워 예'이벤트로 시민들에게 인기를 끌자 무학은 "음주를 조장한다"며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 때문에 지난 6월28일 출시된 이후 '즐거워 예'가 보여줬던 급격한 매출 상승세가 한풀 꺾이기도 했다. 소주는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가장 친근한 주류다. 건전한 경쟁을 통해 품질을 높이면서 서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려 정작 중요한 품질을 소홀히 한다면 결국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