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배수의 진’ 친 외환 당국

정부가 환투기 차단을 위해 역외선물환(NDF) 시장에 직접 개입한 것은 비록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는 하나 자칫 소 뿔을 고치려다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투기세력에 의한 환율왜곡 현상이 일단 주춤해 지겠지만 당국이 `방어`에 실패할 경우 마치 둑이 무너지듯 `환율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환율조작국`이란 오해를 살 소지가 있으며 나아가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지난 15일 취한 조치는 시장에 확실한 `충격`을 주었다. 국내 금융기관들의 NDF 매입한도를 갑작스레 설정한 것은 사실상 외국 금융기관들의 매도를 차단한 것으로써 현 시점에서 외환 당국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강경한 조치였다. 한마디로 말해 원화 가치의 상승을 막기 위해 `환투기세력`과 선전포고 없이 곧바로 `전쟁`에 돌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재정경제부의 설명처럼 새해들어서만 외국 금융기관들이 20억 달러가 넘는 NDF를 대거 매도하는 등 투기적 움직임을 노골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된 데는 정부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많다. 외환시장에서는 정부가 NDF시장을 통해 매입한 물량이 100억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과 시장에 역행한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충격조치를 취한 것은 환율이 연착륙되어야만 국내 경제가 안정적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날 조치로 NDF 매도 공세가 완전히 `진압`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견해가 우세하다. 세계적인 달러 약세 현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한국의 원화만 예외일 수 없다는 점과 달러 약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 몫하고 있다. 또한 국내 금융기관들의 매입초과 포지션을 제한하면서 매도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음으로써 또 다른 환율 급변의 요인을 제공한 측면도 있다. 결국 당분간은 당국과 투기세력이 힘겨루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 당국의 목표가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 투기세력을 잠재움으로써 연착륙을 유도하는 데 있기 때문에 잘만 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충격조치를 내놓은 이상 후속 수단들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칼을 뺀 마당에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더욱 낭패다. 이제 당국은 `배수의 진`을 치고 환율이 연착륙 할 수 있도록 주도면밀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현상경기자 hs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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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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