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공무원 중심 조직으로 변질… "과학계 목소리 못낸다" 우려

[국과위 출범 전부터 비틀]<br>절반 뽑겠다던 민간인 시간 지나며 비율 줄여<br>신분도 계약직으로 우수인재 확보 장담못해<br>예산등 조정권한 미약 효율 높이자던 취지 무색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출범을 놓고 과학계의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국과위가 공무원 중심 조직으로 출범하게 돼 신설 취지와 멀어졌다는 것이다. 국과위 조직구성에서 민간 전문가들이 배제되고 공무원 위주로 구성되도록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합류하는 민간 전문가들도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으로 채용하려 해 우수 인력들의 지원을 막고 있다. 자칫 공무원 중심 조직으로 출범해 관료주의 문화에 종속됨으로써 연구개발(R&D) 예산 배분, 평가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당초 설립취지와 거리가 멀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국과위가 과학계의 목소리를 반영할 권한과 위상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염려가 높다. 애매모호한 역할과 권한을 갖고 출범하기 때문이다. ◇공무원 중심 조직으로 출범=9일 기획재정부와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국과위 사무국 총인원 120명 가운데 90명이 공무원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교과부 37명과 재정부 7명 등이다. 당초 사무국 인력은 민간 전문가와 공무원 50대50의 비율로 채우려 했다. 하지만 조직설계 과정에서 행정안전부와 재정부를 거치면서 민간 전문가 채용규모가 대폭 줄었다. 과학계가 염려했던 관료주의 문화에 종속될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게다가 우수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민간 정규직을 뽑을 방침이었지만 대부분 계획이 수정되면서 계약직으로 채용하게 돼 조직능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민간 전문가들이 계약직으로 채용된다면 과연 주도적으로 과학정책을 이끌어갈 수 있겠느냐"면서 "주인의식이 없기 때문에 결국 공무원 중심 조직으로 흘러 신설 취지와 달리 R&D 예산 배분, 평가의 효율성을 담보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학계 목소리 제대로 담지 못할 우려=국과위 출범에 대한 과학계의 기대는 우려로 변하고 있다. 국과위 수장인 위원장이 과학계 출신이지만 2명의 상임위원 등 대부분의 인력이 공무원으로 채워지면 과학계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으로 반영되기 힘들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국과위 수장이 각 부처 간 R&D 예산 배분조정과 사업 통제에 있어 조정권한이 미약해 과학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경찬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상임대표(연세대 교수)는 "국과위의 상설기구화 취지는 다수 민간 전문가들의 참여를 통해 R&D 예산 배분조정과 사업 통제에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라면서 "민간 전문가를 배제한 출범은 결국 과학계의 현장 목소리를 담지 않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과위 부처 간 파워게임 속 조직 자리매김 쉽지 않을 듯=상설 행정위원회로 격상된 국과위는 과학기술 분야 최상위 계획인 국가과학기술기본계획을 수립한다. 각 부처들은 국과위의 기본계획을 토대로 소관 분야 시행계획을 마련해 다시 국과위에서 조정한다. 이렇게 수립된 전략에 따라 국과위에서 R&D 예산 배분ㆍ조정을 수행하며 그 결과를 평가하고 주기적으로 성과를 관리한다. 임무와 권한 면에서 국과위는 분명 국가과학기술 전략과 예산 집행을 두 손에 거머쥔 '권력기관'으로 비쳐진다. 하지만 과학기술계에서는 국과위가 과연 부처 간 파워게임 속에서 제 위상을 찾을지 의문을 품고 있다. 국과위 수장이 각 부처 간 R&D 예산 배분 조정과 사업 통제에 있어 조정권한이 미약해 과학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과학기술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각 부처의 기본계획을 어느 범위까지 포괄할지에 대해 명확한 규정을 넣지 않은데다 R&D 사업 예산의 배분ㆍ조정 범위를 국방ㆍ인문R&Dㆍ경직성 경비를 제외한 '모든 국책사업'으로 명시해서다. 애매모호한 규정으로 사업 범위와 예산 조정 규모를 둘러싼 정부 내 갈등이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이공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애매모호한 규정은 결국 국과위와 재정부ㆍ지경부 간에 예산 조정, 사업 통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양상을 유발할 것"이라며 "국과위 출범 전에 다시 상설기구 취지를 살리는 명확한 규정을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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