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회사 기회 유용' 기업가정신 해치지 말아야

아메리카 신대륙이 '기회의 땅'으로 불리던 지난 1930년대. 로프트사(the Loft Candy Co.)의 사장으로 근무하던 찰스 구스(Charles Guthㆍ1876~1948)는 1931년 6월 청량음료를 만드는 펩시콜라가 파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곧 1만500달러를 투자해 펩시콜라를 손에 넣었다. 구스는 청량음료업체에 시럽을 납품하던 로프트의 경영진이었기에 펩시콜라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시럽과 콜라'를 통해 꿩 먹고 알도 먹는 관계를 기대했던 구스는 4년도 안 돼 로프트에서 쫓겨났다. 로프트의 주주들이 구스를 상대로 "이사의 충성의무를 위반했다"며 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회사의 자산과 자금, 그리고 임직원들을 동원해 펩시콜라를 인수했다는 것이 주주들의 주된 주장이었다. 또한 이들은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구스의 개인적 욕심 때문에 놓쳤다고 비난했다. 재판을 맡은 델라웨어 최고재판소는 1935년 주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구스는 피해를 입은 주주들에게 47만5,000달러를 배상해야 했다. 당시 재판소는 "회사의 기회란 기존 사업영역선상에 있으며 회사가 그것을 추구할 능력과 지식을 보유하고 있을 때에 한정한다"고 밝혔다. 이것이 회사기회유용 법리의 시작이다. 현재 미국은 이사나 대주주가 경영상 알게 된 정보나 회사 내 지배력을 이용해 회사의 기회를 가로채는 행위를 효과적이고도 예측 가능한 법으로 통제하고 있다. 투명한 회사 경영시스템 안에서 주식회사는 오롯이 제 목적을 위해 움직인다. 우리나라는 아직 회사기회유용에 대한 규제가 없다.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상법개정안에 해당 조항이 들어갔지만 도입여부는 물론 그 어떤 것도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회사기회유용 법리는 우리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규제 도입으로 기업가 정신이 위축돼서는 안 된다. 불투명한 경영환경 속에서 '성공'이라는 두 글자를 또렷하게 새길 수 있는 사업은 흔하지 않다. 경영자는 확신에 차서 진행할 수 있지만 사업이 엎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국회 법사위는 오는 8일 회사기회유용 법리 등을 포함한 새로운 상법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불투명한 미래를 예측해 한발 앞서 나가야 하는 기업의 상황을 고려하되 주주들의 이익을 지킬 수 있는 혜안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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