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충칭의 꽁푸(共富) 실험


중국 TV를 보노라면 유독 눈에 띄는 채널이 있다. 마오쩌둥 시대로 돌아간 듯한 혁명 가요, 공산 혁명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다큐멘터리 등 이른바 홍색 열풍으로 가득찬 충칭(重慶) 방송이다. 중국 중서부 내륙에 위치한 충칭은 인구가 4,000만명에 육박하는 중국 최대 도시다. 물론 충칭의 홍색 물결은 노동자 계급이 지배하는 과거 공산정권으로 돌아가자는 얘기가 아니다. 중국은 개혁ㆍ개방 30여년간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며 미국과 함께 주요2개국(G2)으로 부상했지만 도농 간, 계층 간 빈부격차가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공산당 내부 부패가 만연해지면서 사회불안 요인이 커지고 있다. 개혁ㆍ개방의 설계사 덩샤오핑이 주창한 선부론(先富論)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충칭은 모두가 공평하게 잘 살아보자는 꽁푸(共富) 이론을 적용하는 거대 실험을 하고 있다. 충칭은 꽁푸 정책에 따라 먼저 부패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전임 공안국장이 육류 도매유통 조직폭력배로부터의 뇌물 수수 혐의로 사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부패의 온상이었던 공공병원 약품 조달시장을 온라인으로 투명화시킨 것은 시 행정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끌어올린 대표적 사례다. 계층 양극화의 주범인 부동산시장 구조조정을 위해 부동산 개발업자의 폭리 구조를 제도적으로 없애는 한편 4억3,000만 평방미터의 저가 보장성 주택을 공급함으로써 서민의 주택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정부의 긴축정책으로 은행 자금조달 길이 막히면서 전국의 중소기업이 고사 위기로 내몰리고 있지만 충칭은 중기 전용 대출창구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 금융을 활성화해 톡톡한 중기 자금줄 역할을 수행하게 하고 있다. 올해에만 마이크로 금융 대출 액수가 15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중기 활성화 정책 등에 힘입어 지난 2007년 시 국내총생산(GDP) 대비 25%를 차지하던 민영 부문의 비중이 올해는 60%로 껑충 뛰었다. 거대 국영기업 위주로 산업구조가 펼쳐지면서 소득 양극화가 가중되는 다른 곳과 대비를 이루고 있다. 충칭의 실험은 정치 부문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과거 공산당 지도부가 밀실에서 정책 결정을 내리는 방식과 달리 무작위로 시민 의견단을 구성, 이들이 당정 정책결정자와 협의를 통해 특정 공공사업 예산 지출, 공공요금 등을 결정하는 이른바 공론형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다. 물론 충칭의 정치 실험은 서방식 선거와 다당제 방식이 아니다. 하지만 서구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대안을 모색하는 중국 지도자들에게는 충칭의 실험을 예의주시하며 중국식 발전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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