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우려되는 부실국감(사설)

내일(1일)부터 18일까지 정기국회의 국정감사가 실시된다. 국감은 흔히 예산감사, 정책감사로 불린다. 감사원 감사가 회계감사, 불법부정감사에 중점을 두는 것과는 사뭇 그 성격이 다르다. 한때 권위주의 정권하에서는 국감 무용론으로 헌법에서 그 권한이 삭제되기도 했지만 부활돼 올해로 꼭 10년째를 맞는다. 그만큼 국감이 현대 민주주의사회에서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제도적 장치이기 때문이다.그런데 국감에 들어가기도 전에 그 방향을 놓고 말이 많다. 오는 12월18일의 대통령선거를 감안, 우선 정기국회의 회기가 30일이나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맞추어 국감일정도 예년의 20일에서 2일이 단축됐다. 그렇지 않아도 빠듯한 정기국회 회기나 국감일정이 금년에는 턱없이 부족할 전망이다. 특히 여야는 국감을 대선과 연계, 공세의 수위를 조절할 방침으로 알려져 이번 정기국회가 총체적으로 부실화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올 국감은 여느해의 국감과 다르다. 민생과 직결된 쟁점이 산적해 있는 탓이다. 가장 꼽히는 것은 아무래도 경제난이다. 한보·삼미·대농·진로에 이어 기아사태 등으로 지금 증권·금융시장은 벼랑끝 위기다. 문민정부의 대표적 실패작이랄 수 있는 경부고속철도와 말썽 많은 금융개혁안 처리도 빼놓을 수 없는 현안이다. 기체 한대당 3백20억원에 달하는 KF―16 전투기의 잦은 추락사고도 따지고 넘어가야 한다. 추곡매입가는 농촌의 구조조정과 맞물려 있다. 환경 보건문제도 마찬가지다. 미국산 쇠고기에서 검출된 O―157 병원성 대장균이라든가 수질·대기오염 등도 국감에서 거론돼야 한다. 북한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의 명확한 대북정책이 제시돼야 한다.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의 방북과 관련,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통치권자의 자의에 의해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납땜질식 정책은 곤란하다. 이처럼 중요한 안건이 쌓여 있는 올 국감이 여야의 대선논리에 밀려 소홀하게 다뤄진다는 것은 국민을 기만한 행위다. 여당은 예나 마찬가지로 정부옹호에 나설 방침인 것 같다. 야당도 예년의 공격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공무원 봐주기로 선회했다고 한다. 국민회의는 이같은 방향전환에 대해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키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대선표를 의식, 공무원들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속내다. 숫제 국감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국감은 문민정부에 대한 마지막 감사다. 문민정부 5년간의 치적을 총 결산하는 자리다. 따라서 그 어느때 보다도 충실해야 한다. 국회는 국감이 폐지됐다가 부활된 의미를 한번 되새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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