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기업실적 개선조짐

미 경기 회복의 최대 화두 '기업 실적' 이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지난해 중하반기 이후 급격한 실적악화에 허덕여왔던 미 기업들이 최근 몇몇 업종을 중심으로 수렁속을 빠져 나오며 회복 징후를 보이고 있다는 분위기가 업계에서 확산되고 있다. 기업 실적과 관련된 청신호는 지난 10월 31일로 분기 실적 발표를 한 주요 기업들의 순익 증가에서 우선 나타난다. 경기에 민감한 업종 중 하나인 유통업체 뿐만 아니라 경기침체로 큰 타격을 받았던 일부 정보기술(IT) 업체들도 조금이나마 실적이 호전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안정세를 매출 증가 보다는 과감한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절감의 결과로 평가하고 있으며, 감세 및 금리인하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와 결합돼 미 경기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승 반전되고 있는 미 기업 순이익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급속히 떨어지던 기업들의 순이익이 최근 급격히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최근 S&P500 지수에 포함돼있는 기업의 3ㆍ4분기 주당순이익(PER:순이익을 주식수로 나눈 수치)을 분석한 결과 전분기 대비 9센트 상승한 9.17달러를 기록했다고 최근 밝혔다. 또 비즈니스위크 최신호(11월 26일자)는 이들 기업의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보고자료를 분석했을 경우, 상승폭은 더욱 크다고 밝혔다. 실제 실물경기에 큰 영향을 받는 소매 업체인 월마트는 지난 주 10월말로 마감한 3분기 순익이 작년 동기대비 1억1,000만달러 증가한 14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주당 순이익 역시 33센트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센트 증가했다. 월마트는 또 4분기에는 주당 48센트의 순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용품 관련 유통업체인 홈디포 역시 같은 기간에 7억7,800만달러의 순익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의 6억5,000만달러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 미 경기침체의 원인이었던 정보기술(IT)기업 상당수도 월가 기대치보다 높은 실적을 기록, 긍정적인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델 컴퓨터는 15일 3분기(7월1일~10월31일) 주당 순이익이 월가의 예측치인 15센트보다 높은 16센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휴렛 패커드 역시 같은 기간 주당 9센트의 순익을 기록, 월가 기대치인 주당 8센트보다 높게 나왔다. ◇구조조정이 경기회복의 큰 힘 최근 기업실적 호전은 금리인하로 인한 금융비용 감소나 감세에 따른 경기부양 보다는 기업들의 구조조정 노력에 의한 비용 절감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감산과 정리해고를 통해 90년대에 이뤄진 과잉 투자를 어느 정도 해소하면서 수익이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홈디포의 최고경영자인 로버트 나델리는 "이번 순익증가는 최악의 경제상황과 치른 전쟁의 대가"라면서 "비용 절감을 위한 업무효율 극대화 노력과 함께 서비스 개선을 통한 소비자 만족 경영이 성공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안정적인 수익기반 마련이 경기회복 조짐과 결합해 미 경기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미 정부의 금리인하와 감세가 기업의 경쟁력확보와 결합돼지 않을 경우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일본이 저금리와 천문학적인 공적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도 기업들의 구조조정 노력이 부족했던 탓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경기침체를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한 미 기업들이 앞으로 경기상승 국면에서 좀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버킹검 리서치 그룹의 이코노미스트인 레인 이바노프는 "최근 기업실적은 미 경기 침체 상황을 감안할 때 경이적인 것"이라면서"이번 경기침체가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오히려 한단계 끌어올리는 약(藥)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직 경계 늦출 수 없어 기업 실적 호전 전망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메릴린치의 이코노미스트인 존 핏즈기본은 미 기업들의 현 체제는 비상시스템 성격이 짙다면서 소비심리 회복과 기업의 투자가 본격화 돼야만 실적이 본격적으로 회복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미 경기 침체의 진원지이자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정보기술(IT) 과 닷컴 기업이 얼마나 빨리 뚜렷하게 안정을 찾느냐가 중요한 변수다. 전문가들은 아직 공급과잉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컴퓨터, 반도체, 통신장비 업체 중 일부가 어려움을 견디지 못해 파산할 경우 전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유가하락, 아프가니스탄 전쟁 마무리 단계 진입 등 경제 외적 변수도 기업의 실적호전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전개되고 있으나, 제2테러 발생 등 아직 적지 않은 변수가 경기 회복의 걸림돌로 남아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장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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