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한중 FTA 전망·쟁점, 'MB 임기내 체결' 서두르단 졸속협상 우려

조기 협상개시 선언했지만 농업 등 주요쟁점 시각차 여전<br>무리한 데드라인 설정 땐'퍼주기' 등 시비·잡음 일수도

한중일 정상이 22일 일본 도쿄 영빈관에서 열린 제4차 3국 정상회담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도쿄=왕태석기자


한국과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은 '동상이몽(同床異夢)'으로 요약된다. 양국은 경제적 실효성,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관계 등 FTA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비슷한 시점인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의 임기 내에 끝내겠다는 목표도 유사하다. 22일 이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조기 협상개시를 선언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서면 양측의 입장은 팽팽히 맞선다. 최대 쟁점인 농산물 시장 개방에서부터 투자ㆍ서비스 자유화에 있어 협상 개시 전부터 한치의 양보도 없다. 정부 간 민감 품목 사전협의가 답보상태에 있는 까닭이다. 통상전문가들은 한중 FTA의 파장은 지금까지 추진해온 여느 FTA보다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면밀하고 신중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는 7월 한ㆍ유럽연합(EU) FTA 잠정발효,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 등 거대경제권과의 FTA가 목전에 있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 임기 내 FTA체결이라는 무리한 데드라인을 설정할 경우 '졸속협상 논란' 등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총생산(GDP) 2.3% 성장과 중국 내수시장 진출확대=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의존도는 올해 들어 27%까지 올라섰다.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가라앉지 않는 중국 시장은 생산기지에서 세계 최대 내수시장으로 떠올랐다. 중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중 FTA를 발효시킬 경우 17조9,000억원(2.3%)의 GDP 증가, 제조업 분야에서는 26억달러의 무역흑자 확대가 기대된다. 자동차ㆍ섬유ㆍ석유화학 등의 품목에서 수출 증대가 예상된다. 더불어 중국의 비관세 장벽을 해소하고 우리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을 촉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중 FTA는 경제적 실익 외에 외교안보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협상 개시만으로도 북한을 간접적으로 압박하고 동아시아 역내 경제권 통합을 꾀한다는 것이다. ◇민감 품목 사전협의 최대 관건=양측은 지난해 산ㆍ관ㆍ학 공동연구를 종료하고 9월 정부 간 사전협의 제1차 회의를 가진 후 뚜렷한 진전이 없다. FTA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농업 등 주요 쟁점에서 평행선을 달리면서 협상 개시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일단 협상 시작'을, 우리는 '사전 논의를 마친 뒤 협상'을 주장하며 팽팽하게 맞서 있다. 중국은 대만과 조기수확프로그램(얼리 하비스트)을 가동하는 등 일단 낮은 수준으로라도 체결하려는 반면 한국은 되도록 상품ㆍ투자ㆍ서비스 등 높은 수준의 FTA를 추진하는 식으로 FTA에 대한 전략자체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어느 한쪽의 양보가 없을 경우 이르면 6월 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FTA 협상 개시가 의외로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리가 민감 품목 사전협의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은 한중 FTA에 따른 농수산물 분야의 피해가 사상 최대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중 민간 공동연구 결과 한중 FTA가 체결되면 중국의 농산물 수입 급증으로 생산액의 14.7%가 감소하고 농산물 수입이 108억달러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농업 기반 상실 외에 중국의 한국 수출 증대에 따른 무역수지 감소, 국내 산업공동화 가속화 등의 피해도 우려된다. ◇서두르면 탈 난다=전문가들이 중국과의 FTA를 급하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는 것은 인위적인 데드라인 설정에 따른 '졸속추진'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은 지난 2006년 집권 4년차에 들어서며 미국과의 FTA를 추진하던 노무현 정부의 모습이 '데쟈뷔'된다. 내년에는 총선ㆍ대선 등 우리 측의 정치 일정이 산적해 있어 늦어도 내년 초가 마지노선이라는 관측이다. 따라서 자칫 노무현 정부와 같이 졸속협상과 '퍼주기'에 대한 시비와 잡음이 끊이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 미국ㆍEU와 함께 동시다발적인 개방이 이뤄지면 국내 산업에 큰 충격이 올 수 있고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리고 있는 일본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한미 FTA 협정문 번역 검독 등 통상교섭본부가 한미 FTA 비준동의안 국회 처리에 힘을 쏟고 있어 여건이 만만찮은 측면도 있다. 정부 핵심관계자들은 공공연히 "한중 FTA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아직 협상개시 여건은 안 돼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한미 FTA 처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돼야 한다는 것이 각 부처 관계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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