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특집/브랜드경쟁]'코리아 이미지=?'
"역동의 한국" 이미지 구축전략 세우자
'전략을 마련하고 돈과 사람을 투입하라.'
새로운 한국의 이미지를 지구촌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전략 부실, 인력 부재, 예산 부족'이란 고질적인 3요소의 결핍을 적극적으로 보충해야 한다.
서울경제신문이 이번 기획취재를 위해 해외에서 만나본 숱한 사람들은 최근 한국상품이나 한국의 경제력에 대해서는 주저없이 상당한 평가를 하면서도 '메이드인 코리아'의 감춰진 경쟁력이 돼야 할 한국 이미지에 대해서는 '중국이나, 일본이 뒤섞여 있는 정도'쯤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오히려 CNN을 통해 시시각각 쏟아지는 한국발 각종 사건, 사고기사를 접하면서 '다리가 무너진 나라. 아이들이 놀러갔다가 한꺼번에 불에 타 죽은 나라.
정치권을 중심으로 여전히 각종 이권을 챙길 수 있는 나라'와 같은 부정적인 정보만 잔뜩 들어있다는 인상이었다.
취재진 모두가 현지에서 공통으로 느낀 것은 심하게 말해 경제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부문은 '그렇고 그런 정도' 또는 '후진적'이란 평점이 매겨져 있다는 냉엄한 현실이었다.
한국의 국가 브랜드가 이처럼 바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국가홍보 전략의 부재다. "양대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독일은 이미 오래전에 전범국의 이미지를 말끔히 씻어냈다.
이렇게 되기까지 독일은 전세계의 언론, 학자, 민간단체등을 대상으로 '우리는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는 내용의 국가 홍보를 대대적으로 펼쳤었다."(신충식 국정홍보처장)
"영국 엘리자베스여왕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일어났던 대대적인 영국상품 붐은 그들이 목표를 짜임새있게 설정하고 이를 위한 전략적 프로그램을 실천한 결과다. 하지만 한국은 88올림픽, ASEM회의, APEC정상회담 등을 유치해 놓고도 적절한 효과를 얻어내는데 실패했다."(국가이미지 제고를 위한 해외홍보전략ㆍ한국언론학회)
한국은 국가이미지에 대한 원론적 주장만 되풀이될뿐 실천전략을 갖고있지 않다는 말이다. 지구촌 최대 축제라는 이번 2002 한ㆍ일 월드컵도 자칫 손님들 기분만 잔뜩 맞춰줄뿐 정작 며칠도 지나지 않아 뉘집 잔칫상인지 모르는 '밑지는 장사'로 끝나기 십상이다.
국가 이미지를 높여줄 국제사회의 신뢰는 단번에 이뤄지지 않는다. 상대방이 의심이나 의혹을 갖지 않아야 신뢰가 쌓인다.
미국계 금융기관 국내법인의 대표는 이와 관련, "외환위기 직후 월가에 몰려있는 국제금융계를 대상으로 한국경제의 개혁정책에 대한 국가IR(투자설명회)을 펼쳐 상당한 소득을 얻어냈다.
당시 정부 고위공직자들은 한결같이 "한국의 경제현황을 주기적으로 소개하는 설명회자리를 갖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재 이 말을 책임지는 부처도 고위공직자도 눈에 띠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우리 스스로가 국가신뢰도를 쌓아올리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말이다.
국가홍보를 위한 '돈과 사람'이 부족하다는 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미국은 매일매일 워싱턴과 뉴욕, LA 3곳에서 수천명의 외신기자들을 위해 미국 정부의 공식입장, 주요 연설문, 복잡다기한 현안에 대한 배경 및 분석자료를 브리핑해주고 있다.
국제사회로부터 오만하다는 질타를 끊임없이 받고 있지만 여전히 흔들림없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또 하나의 숨은 힘이다. 독일 역시 독일어 보급을 위해 결성된 독일문화원에만 한 해 1,800억원의 예산과 3,400명의 전문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국가 홍보를 위한 홍보처의 전체 예산(올해 350억원)이나 인력(해외공보인력 포함 108명)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다보니 우리의 국가홍보는 현재 국정홍보처와 산업자원부 등을 통해 매년 1차례씩 국가이미지에 관한 연구용역을 의뢰하고 이를 통해 마련된 보고서를 발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연구보고서의 결론이 현실화하는지 여부는 차치하고 연구작업 자체가 중복되는 경우도 쉽사리 눈에 띤다.
취재팀은 이번 시리즈를 위한 취재 과정 전반에 걸쳐 국가 홍보의 필요성이나 효과에 대한 정부의 의지 자체를 의심할 정도였다.
"한국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점은 국가 이미지가 없다는 점이다. 일본상품에선 탐미주의를, 미국상품에선 아메리칸 드림을, 프랑스상품에선 문화의 향기를 찾을 수 있지만 한국상품에선 특별한 기호를 찾지 못한다."는 프랑스의 문화비평가 기 소르망의 따가운 충고를 가슴깊이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다.
특별취재팀
김형기팀장 kkim@sed.co.kr
이규진기자 sky@sed.co.kr
홍병문기자 goodlife@sed.co.kr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