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2월 18일] 헛바퀴만 돈 세종시 공청회

"정권이 바뀌면 또다시 수정안 하자고 할 겁니까? (패널 A)" "그런 말이 나오지 않게 하려고 현 정부 임기 내 착공하겠다는 것입니다. (패널 B)" 지난 16일 오후 국토연구원 대강당에서 열린 '세종시 발전안 및 법률개정방향 공청회'는 오랜만에 볼거리(?)가 많은 공청회였다. 일단 이날 공청회는 형식만으로 본다면 치열한 논리가 오가는 설전이 펼쳐지면서 다른 공청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1부 주제발표 시간에 객석에서 나온 충남 연기ㆍ공주 지역 주민들의 고함소리로 시끄러워지더니 이내 수정안에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 20여명이 단상으로 뛰어나와 서로 멱살잡이까지 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주제발표가 10여분간 지연되기도 했다. 지역민들의 한바탕 소란 탓인지 이어진 종합토론도 팽팽한 긴장감 속에 이어졌다. 토론자들은 각각 '국가균형 발전론'과 '행정 효율성'을 내세우며 날 선 공방을 벌였다. 한 패널은 "원안은 과거 정권이 만든 포퓰리즘의 소산물"이라며 "지금이라도 정치적 논리가 아닌 경제 논리에 따라 수정안을 만든 게 국민의 미래를 위해 다행"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또 다른 패널은 "수정안은 국토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도 못했다"며 반박했다. 토론 중간에도 객석에서는 '옳소' 하는 박수소리와 반대의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는 결국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한 채 끝났다. 세종시 원안과 수정안을 놓고 '말하는' 사람만 있고 '듣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 공청회는 그동안 수정안을 둘러싼 국민들의 분열과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어졌는지를 그대로 보여줬다. 정부는 수정안을 내놓으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국론이 분열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날 공청회에서 한 지역민은 "원안이든 수정안이든 빨리 추진해달라"며 정부의 조속한 결론을 요구했다. 전체 국민의 생각도 같을지 모른다. 이날 공청회는 정부가 지금의 분열과 갈등을 하루빨리 수습하지 못할 경우 치러야 할 대가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한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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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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