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중기공동브랜드]장례용품-(2)예장

지난해 9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유명병원 장례식장 등 8개소를 중국산 원단으로 만든 수의를 전통삼베로 만든 것처럼 표시해 판매한 혐의로 시정명령을 내렸다.장례를 치른다는 것이 집안의 대사(大事)인데다 갑작스럽게 당하는 일이 많다보니 장례업자들의 폭리에 속수무책인 경우가 대다수다. 장례용품에 대한 폭리는 슬픔에 잠겨있는 유가족에게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한국장례업협동조합(이사장 한창호·韓昌浩)이 지난해 9월 창립된 후 처음 벌인 일이 장례용품의 규격화·표준화 사업이다. 각 제조업체에서 들쭉날쭉 생산하던 장례용품을 공동브랜드아래 단일한 규격과 표준을 적용, 공동으로 판매하기 위해서다. 현재 공동브랜드를 적용한 것은 수의(壽衣)와 목관(木棺) 두가지다. 장례에서 필수용품이면서 가장 비싸고 원재료의 진위문제로 분쟁소지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수십가지나 되는 모든 장례용품을 규격화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협동조합은 지난달 「예장」(그림)이라는 브랜드를 발표했다. 예장이라는 상표를 붙여 판매할려면 장례업협동조합이 규정한 품질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4일 현재 공동상표 지정업체로 신청한 회사는 삼포유통·효성산업·진명산업·안동삼베·주만나·보람산업·신흥마포·백제장제산업·삼광산업·한올산업·수풍산업 등 11개 업체다. 4월말까지는 35개 업체가 지정신청을 할 것으로 보고있다. 예장상표를 부착한 첫제품은 4월말께 출시된다. 조합은 기존 업체들의 의견과 한국원사직물 시험연구원(수의부분), 생활용품 시험연구원(관부분)과 협의, 「장례용품 단체표준제도와 운영요령」이라는 규정집을 발간했다. 이를 근거로 단체표준 인증심사를 할 예정이다. 사전 및 사후에 공장 방문심사와 제품검사를 실시, 합격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예장」이라는 공동브랜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생산과 판매라는 두단계를 넘어야 한다. 현재 장례업은 장의사보다는 종합병원이나 농협이 운영하는 장례예식장에서 주도하고 있는 상태다. 장례예식장의 경우 농협에 장례용품을 공급하는 업체는 50여개를 넘지만 대부분은 몇몇 대형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대형 종합병원의 경우는 더하다. 각 병원 장례식장에 용품을 공급하는 업체는 1~2개다. 품질도 품질이지만 대다수가 끈끈한(?) 연결고리로 맺어져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업계에서 추산하는 장례용품 시장규모는 줄잡아 1,500억원규모. 100여개의 소규모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가내수공업 형태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원재료의 90%는 수입품. 단지 국내에서 가공, 판매하는 처지다. 때문에 조합은 품질향상과 평준화를위해 「예장」이라는 공동브랜드를 띄웠다. 철저한 품질지도로 소규모 업체 제품의 수준을 기준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에서다. 유통은 원칙적으로 조합을 거치도록 규정했다. 소비자가 상품을 신청하면 조합은 총량을 예장지정업체들간 공정하게 배분, 조정할 계획이다. 물론 각업체가 「예장」브랜드의 제품을 자유롭게 판매하는 것도 무관하다. 판매부분에서 조합은 「중소기업진흥 및 제품구매 촉진에 대한 법률」에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조합이 인정하는 품질보증제품에 대해 정부및 공공기관이 우선구매토록 한다는 조항이다. ㈜삼포유통 임준(林駿)사장은 『중기청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장례업협동조합 차원에서 공동브랜드인 「예장」을 출범시켰다』며 『생산과 유통분문의 큰 변화보다는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것이 첫재 목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예장」브랜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재 이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영광토탈서비스 등 상위업체들이 모두 참여해야 한다. 조합의 운영도 완전 개방, 투명하게 해야한다. 예장제품에 대해 소비자가 얼마만큼 신뢰하느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조합회원사들의 다양한 제품을 공통된 기준으로 질을 어떻게 높이느냐에 예장의 성패가 달려있다. (02)448-4344 [인터뷰]한국장례업협동조합 韓昌浩이사장 『병·의원 장례식장을 매개로한 구조적인 비리를 없애고 싶다. 장례업계 전체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다』 한국장례업협동조합 한창호(韓昌浩)초대이사장은 조합이 해야할 첫번째 일로 소비자 신뢰회복을 꼽았다. 지난해 8월에 설립된 협동조합은 한국장례업계 최초의 통합조직이다. 전국의 장의사 및 관련서비스와 장례용품 제조업자 72개 업체가 회원이다. 韓이사장은 현재의 장례업계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 했다. 어느 누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장의사 제도는 도시를 중심으로 5년안에 사라질 것』이라며 그대신 『병·의원의 장례식장이 장례의 주무대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어 그는 『이런 장례식장을 매개로해 벌어지는 비리들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라며 그 이유로 『첫째가 업체들의 과당경쟁이며 영안실 운영자를 최저가 공개입찰로 선정하는 것도 문제다』고 강조했다. 『장례용품값은 깍지 않는다는 소비자의 일반화된 생각에 맞추려면 장례용품 가격이 공정해야 합니다. 따라서 규격화·표준화된 제품이 필요합니다』 韓이사장은 조합이 공동브랜드 「예장」을 출범시킨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韓이사장은 한국의 장례문화에 대해서도 『현재의 매장문화는 화장방식으로 시급히 바뀌어야 한다』며 『내년 장례문화전시회를 개최, 올바른 장례문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조합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韓이사장은 장례식 및 공원묘지 관리조성을 주업무로 하는 ㈜효원테크를 경영하고 있다. 때문에 제품생산 업체들과 대화를 통해 민주적으로 조합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최수문기자CHSM@SED.CO.KR 입력시간 2000/04/05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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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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