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설 연휴 앞둔 반월ㆍ시화공단 자동차 부품 업체들 현장 분위기

"가동률 40%로 '뚝' …일손 놨어요" <br>전체3분의1 문닫고 설자금 마련위해 사채까지…"현대車 마저 파업땐 조업중단·줄줄이 도산위기"

중소기업들이 설을 앞두고 주문 감소와 자금 경색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화공단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가 일감이 줄어들면서 일부 생산라인만 가동하는 바람에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장 먹고 살 일이 걱정인데 명절 분위기가 나겠습니까? 정말 죽을 맛입니다.” 설 연휴를 앞두고 22일 찾은 경기도 안산의 반월ㆍ시화공단. 자동차 협력업체들이 대거 몰려 있는 이 곳에는 ‘공장 임대ㆍ매매’를 알리는 현수막만 나부낄 뿐 오가는 차량까지 보기 힘들 정도로 마냥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쌍용차 법정관리에다 현대차 노사대립 등 갖가지 악재가 겹치다 보니 공단의 체감경기는 사상 최악으로 떨어졌다는 게 현장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얘기다. 실제 지난 연말이후 현재까지 산업단지 전체 공장의 3분의 1가량이 문을 닫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그나마 문을 연 공장들도 대부분 조업을 중단한 채 일손을 놓고 있었다. 쌍용차에 전체 생산품의 70%이상을 납품해온 C사는 아직까지 설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가을부터 내수침체에 따른 자동차 판매량 감소로 매출이 반토막난데 이어 쌍용차의 법정관리 사태로 공장가동률마저 40%로 뚝 떨어졌다. 오는 29일 쌍용차로부터 11월 납품대금으로 받은 10억원 가량의 어음 만기가 돌아오지만 시중은행에서조차 어음할인이 거부되는 바람에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위기에 몰려 있다. 이 업체의 대표는 “4억원 가량의 사채를 써서 당장 급한 자금은 일단 막았지만 설연휴 이후 결제대금 마련이 가장 걱정스럽다”면서 “지금 상황이라면 연말까지 회사가 존립할 수 있을지 조차 자신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자동차용 너트를 생산하는 프론텍은 최근 주 거래처인 현대차의 노사대립 심화로 설연휴를 맞는 마음이 불편하기만 하다. 프론텍은 지난 연말 일부 일용직 고용자를 해고하고 재고량을 줄여 운전자금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현대차 파업이 가시화될 경우 당장 설연휴 이후부터는 조업을 중단해야 할 위기에 놓여 있다. 프론텍의 민수홍 부사장은 “일단은 직원들에게 연차휴가를 독려해 다음주 내내 조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지만 현대차 파업이 가시화될 경우 2월부터 공장을 돌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자금난이 더 심각한 2ㆍ3차 협력업체들은 현대차 노조가 1주일만 조업을 중단해도 줄줄이 도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제 한파로 설보너스 등 특별 상여금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동차용 부품금형을 생산하는 F업체는 매년 본봉의 50%가량 지급해오던 설보너스를 올해 처음으로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주 거래처인 GM대우의 감산여파로 매출액이 40%가량 감소한 것은 물론 지난 20일 쌍용차로부터 결제 받아야 할 납품대금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이 업체의 한 관계자는 “설보너스 대신 직원들에게 9,900원짜리 설 선물세트를 나눠줬는데 직원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지금으로선 회사가 살아남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모 공장장은 “고향집에 계시는 부모님께 용돈이라도 쥐어드려야 한다고 걱정했는데 부모님이 오히려 ‘경기도 어려운데 이번 구정에는 내려오지 말라’고 하셨다”며 “즐겁고 풍성해야 할 명절이지만 경기침체로 명절을 맞는 중소기업들의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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