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4월 29일] 보금자리주택 의의와 과제

허재완(중앙대 교수·도시및지역계획학)

올해 10월께면 국민들은 새로운 유형의 주택을 접하게 될 것이다. 이른바 ‘보금자리주택’이 그것이다. 정부계획에 의하면 보금자리주택은 기존의 주택공급방식과 비교해 상당히 차별화된 특성을 지닐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보금자리주택은 저렴한 주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분양가격보다 15% 내외 인하해 공급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택지개발사업에서 분양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보상비ㆍ용적률ㆍ녹지율ㆍ금융비용 등이다. 보금자리주택 지구에서는 용적률을 높이고 녹지율을 낮추며 하도급 체계를 개선해 공사과정을 단순화함으로써 택지공급가격을 최소화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택지공급가격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주로 지가가 저렴한 개발제한구역을 활용할 계획이다. 불법축사ㆍ비닐하우스 밀집 등 보존가치가 낮은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활용한다는 것이다. 다양하고 저렴해 호응 얻을것
보금자리주택은 또한 최대한 도심 가까운 곳에 건설되는 주택이라는 특징이 있다. 기존의 신도시에 대한 가장 큰 비판이 도심에서 지나치게 먼 곳에 건설됨으로써 수요와 공급의 괴리를 가져오고 과도한 통근비용을 유발한다는 것이었다. 보금자리주택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직주근접이 가능한 입지에 공급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역세권이나 철도부지와 같이 대중교통과 손쉽게 연계될 수 있는 곳에 고밀도로 공급한다는 것이다. 보금자리주택의 세 번째 특성으로는 다양한 유형의 주택을 동시에 공급함으로써 소비자 선택의 폭을 확대한다는 점이다. 임대주택의 경우 국민임대주택을 비롯해 전세형ㆍ분납형 등 소득ㆍ선호도에 따른 다양한 임대주택이 공급된다. 특히 저소득층의 주거불안 해소를 위해 임대료가 시세의 30% 수준인 영구임대주택 건설도 16년 만에 재개된다. 분양주택의 경우도 중대형 평형뿐만 아니라 무주택 서민을 위한 저렴한 중소형 분양주택도 함께 마련된다. 보금자리주택의 또 다른 특징으로 수요자 눈높이에 맞춘 공급방식을 들 수 있다. 사전예약 방식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즉 분양에 앞서 사전에 수요자가 입주시기ㆍ분양가ㆍ입지 등을 따져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택지지구 전체에 대해 일괄적이고 개략적인 설계도를 제공하고 규모나 호수ㆍ추정분양가 등을 공고함으로써 소비자가 보다 정확한 정보에 입각하여 자기여건에 부합하는 주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보금자리주택은 최대한 주거복지적 관점에서 공급된다는 특징이 있다. 국민임대주택은 시중 전세가의 60~70% 수준으로 책정되고 보증금은 1,000만~2,400만원, 임대료는 12만~25만원으로 공급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최하위소득계층을 위한 영구임대주택은 재정지원을 통해 보증금 200만~300만원, 월임대료 5만~6만원 수준으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주거복지 차원에서 임대료는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 부과하고 임대료 납부조건도 전세 또는 월세로 자율선택 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임대단지 내 사회복지관을 설치하고 방과 후 학교운영 및 직업훈련 등 일자리 창출사업 등을 통한 입주민 자활지원도 함께 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보금자리주택은 더 가까운 곳에서, 더 다양한 유형의 주택을, 더 편리한 방식으로, 더 저렴하게 공급하는 주택이기 때문에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상당한 국민적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보금자리주택 정책에서 우려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보금자리주택의 상당 부분이 그린벨트를 해제해 조성되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많다. 비록 정부가 그린벨트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훼손지 만을 활용하여 보금자리주택을 짓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훼손지를 정확하게 정의하기가 용이하지 않아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더욱이 보금자리주택 공급물량이 방대하기 때문에 이러한 논란이 시간이 갈수록 가열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부는 사전에 그린벨트 훼손지의 범위를 엄격하게 설정함으로써 보금자리 주택으로 전용되는 그린벨트 면적을 최소화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보금자리주택 조성으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최대한 활용해 보금자리지구 주변에 산재해 있는 그린벨트 훼손지를 최대한 복구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보금자리주택 개발로 인해 그린벨트 축소라는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이를 계기로 남아있는 그린벨트의 기능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그린벨트의 사회적 기여도를 높일 수 있다면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따뜻해질 수 있다. 또한 보금자리주택이 낮은 분양가라는 점에 과도하게 집착함으로써 주거환경의 질적 수준을 떨어뜨릴 가능성도 우려된다. 정부계획에 의하면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 보금자리주택 지구에서는 용적률은 200% 수준으로 높이고 녹지비율은 25%에서 22%로 낮추게 돼 있다. 이는 환경친화적인 녹색도시를 지향하는 최근의 추세와 다소 배치될 뿐만 아니라 소득수준 증가에 따라 보다 쾌적한 주거환경을 원하는 수요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질을 희생한 낮은 가격이 아니라는 점을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린벨트 훼손 등 논란 해결을
마지막으로 보금자리주택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에 앞서 정부가 전반적인 주택공급계획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어려운 경제여건으로 인해 신도시를 포함한 기존 택지지구에서 공급하는 주택의 미분양이 상당한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격과 입지 면에서 유리한 보금자리주택이 대량으로 공급될 경우 기 추진 중인 뉴타운 및 2기 신도시는 심각한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따라서 보다 현실적인 주택수요에 근거해 뉴타운ㆍ신도시 및 보금자리주택의 역할분담을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청사진의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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