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음식점은 약 9만개에 달하며 전국적으로는 50만개가 넘는다고 한 다. 이들 식당에서는 한국인과 외국인이 뒤섞여 식사를 한다. 손님대접에관한 한 적어도 마음으로는 세계 1위를 자부하는 우리지만 식당의 현실은여전히 부족한 면이 많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국내식당에 대해 물었더니 다양한 불만이 나왔다고 한다. “메뉴판이 왜 한글로만 돼 있느냐. 사진이라도 실어달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한 프랑스인은 “프랑스에서는 식당 청결과 화장 실 청결을 동일시한다. 화장실이 더러우면 식당도 불결하게 생각한다”고말한다. 또 어떤 이는 “포장마차에서도 바가지요금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만큼 이제 외국인은 우리의 거리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필자가 근무하는 곳은 서울에서도 먹거리가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일부 식당은 아직도 앉자마자 음식이 턱 나오고 실내는 어둠침침해 굴 속같은 느낌이 들고 겨우 자리잡아 앉아도 다음 사람을 위해 허겁지겁 먹어야 하는 어수선함이 계속된다. 바쁜 점심시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 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모습들이 시간이 지나도 별로 바뀌지 않는다는 데 있다. 소위 ‘맛있는 집’이기 때문이다. 식당이라 면 당연히 갖춰야 할 청결함ㆍ쾌적함ㆍ친절함과는 거리가 멀다. 왜냐하면이런 것이 전통이라고 여겨지고 심지어는 맛의 비결이라고까지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이런 식으로 식당을 지키고 보존해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식당은 음식재료는 어디 것을 사용하고, 주방은 어떻게 관리하고, 종업원은 어떻게 교육시키고, 독특하고 일관된 맛을 어떻게 유지시킬까 등등을 끊임없이 고민할 때 비로소 아늑하고, 쾌적하고, 맛있는 식당으로 거듭나게 된다. 결국 이런 요소들이 합쳐져 그 식당만의 고유한 분위기를 만들며 그 분위기가 그 식당의 ‘맛’을 만들어낸다.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식당도 바로 이런 식당이다. 외국어 메뉴판, 외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종업원, 외국어 상호 등은 부대조건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가고 싶어하는 식당이 외국인에게도 가장 이국적이고 한국적인 식당이 될 것이다. 반드시 규모가 클 필요도 없고 시내 한복판에 자리잡을 이유도 없다. 동네 어디서나 쉽게 눈에 띄는 곳에 있으면 된다. 사소해 보 일지도 모르지만 오는 2008년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관광대국 진입을 꿈꾸는 우리들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이기도 하다.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인 반도체의 위상만큼이나 올라선 우리 식당의 화려한 변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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