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국의 전문변호사] 서동우 태평양 변호사

고객에 '분명한 답변'주는 원칙주의자<br>"전문분야 가져라" 선배 조언에 'M&A변호사' 길로<br>한화종금 상장폐지로 'M&A황제' 등극 기회 놓쳐



법무법인 태평양의 서동우 변호사는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작전’에 참여한 적이 있다. 지난해 10월, 국내 굴지의 STX그룹이 세계 최대 크루즈선 제작사인 노르웨이의 아커야즈를 공개매수 형태로 인수하는 딜을 맡았을 때였다. 공개매수 방식은 매수가격이 새 나가면 인수합병(M&A)은 그 순간 무위로 끝날 수 있어 극도의 보안이 필요했다. 한국과 유럽 현지는 10여시간의 시차가 있어, STX가 유럽보다 하루 전 이사회에서 인수가격을 결정해 줘야 했다. 만약 이사회 내용이 국내 공시를 통해 유럽으로 새 나가면 몇 개월 간 추진해 온 M&A는 완전 물거품이 되는 상황이었다. 서 변호사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영국 런던공항에 모여 작전을 짰다. 한국 공시에 안 걸리면서도 이사회 결의를 하고 인수자금을 송금하는 것이었다. 말이 그렇지 이 모든 것을 순식간에 처리하려면 여간한 작전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만약 중간에 누군가 ‘실수’라도 하면 그때는 끝장이다. 하지만 절대보안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고, 공개매수도 성공리에 끝마쳤다. 이 변호사는 당시를 “첩보영화를 찍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변치 않는 고집 ‘분명한 메시지를 줘라’= 서 변호사는 다른 건 몰라도 이 한가지에 대해서는 고집을 꺾지 않는다. 클라이언트(고객)에게 “두루뭉실한 답변보다는 메시지가 분명한 답변을, 신속하게 주라”는 것이었다. 요즘처럼 로펌 차원에서 고객에게 친절을 베풀라는 것이 강조된 적도 없지만, 서 변호사에게는 ‘분명한 답변’과 ‘친절’ 중 택일을 하라면 ‘분명한 답변’ 쪽이다. 서 변호사는 잠시 머뭇거린 뒤 “제 개인적으로는 엄청 친절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문료가 싼 것도 아닌데 중요사건은 계속 몰린다”며 “친절하면서도 신속한 답변으로 고객에게 다 맞춰 주는 로펌이 살아남겠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신속하게 전달하는 것도 최대 강점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 우물 파라” 충고에 M&A분야서 승부= 서 변호사의 첫 직장은 법무법인 태평양이다. 지금은 국내 빅3에 드는 내로라 하는 로펌이지만, 90년대만 해도 변호사 30여명이 안 되는 ‘미니로펌’ 이었다. 소속 변호사들도 그날 그날 ‘딜이 접수되는 대로’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서 변호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미국 연수에서 돌아와 태평양에 들어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기계적’으로 맡겨지는 업무를 처리하기에 바빴다. 이런 일이 타성에 젖을 때쯤, 선배 한명이 “앞으로 변호사로 살아 남으려면 전문분야를 파고들어야 한다”는 충고를 들었다. 이후 자기계발에 몰두하던 서 변호사는 기업 M&A에 차츰 흥미를 느끼다, 97년 IMF 이후 국내 기업들이 매물로 넘쳐나면서 본격적인 M&A 전문 변호사로 길을 걷게 됐다. 그가 변호사로 성공하기까지는 말 못할 아픔도 있었다. 바로 가족의 반대였다. 서 변호사는 1984년 26회 사법시험을 수석으로 합격하고, 3년뒤 연수원(16기)을 수석으로 졸업해 주목을 끌었다. 당시만 해도 연수원 졸업 1등은 당연히 판사로 임관하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변호사의 뜻을 밝힌 아들에 대해 대법관 출신인 부친의 반대는 예상외로 컸다. 서 변호사가 뜻을 굽히지 않자 결국 집에서 쫓겨나기 까지 했다. 서 변호사는 “아버님은 판사로 진로를 선택하지 않은 데 대해 서운함이 아직 남아 있는 것 같다. ‘판사 서동우’에 대한 미련을 갖고 계신다.”고 웃었다. ◇‘M&A전의 황제’ 될 뻔도= 서 변호사는 개인적으로 96년 적대적 M&A로 유명했던 ‘한화종금 인수전’을 잊을 수 없다. 한화측에 맞서 적대적 M&A 공격자측인 W상호신용금고측을 대리했다. W금고는 당시 한화종금의 2대주주였다. 변호사 수임료만도 10억원에 달할 정도로 세간의 관심도 컸다. 인수전의 핵심은 적대적 M&A 방어를 위해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이 위법한 것인지를 다투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도 지대했다. 서 변호사는 “승자에게는 ‘M&A전의 황제’라는 칭호가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당시의 치열함을 전했다. 한화는 W금고측의 공격에 대비해 전환사채를 발행, 지분을 늘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고, W금고측은 전환사채 발행 무효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며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였다. 하지만 법원은 ‘전환사채를 발행한 한화의 행위를 무효로 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고, 서 변호사는 졌다. 그러다 같은 해 5월, ‘전환사채 발행은 무효’라는 항소심 법원의 결정이 있었고, 한동안 잠잠하던 한화종금 M&A전은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양측의 양보 없는 공방이 진행되던 중 외환위기가 닥쳤고, 한화종금은 98년 상장폐지 됐다. 서 변호사는 “종전 판례가 없었던 케이스라 치열하게 연구하며 딜을 진행했다”며 “대법원 판결을 못 받고 끝이 나 아쉬움도 컸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2002년 미 마이크론사가 국내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하는 딜에서 채권단 대리를 맡았는데, 그때 인연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어 남다른 애정을 보이고 있다. 서 변호사는 한화종금은 물론 경남에너지와 샘표식품, 한국카프로락탐 등 적대적 M&A 사건은 물론, IMF 전후로 5개 부실은행의 자산부채인수(P&A) 및 7개 부실생명보험사 매각 딜을 성공적으로 끝냈다. 또한 하나ㆍ보람은행 합병, 새한그룹 구조조정, 외환카드와 극동건설 매각 등도 서 변호사의 손을 거쳐갔다. ◇경청 또 경청= 서 변호사는 변호사 경력 18년째다. 이쯤 되다 보니 남의 이야기에 ‘경청’(敬聽)하는 직업병도 생겼다. M&A 관련 분야 뿐만 아니라, M&A와 무관할 것 같은 분야의 전문가들과도 자주 어울려 폭 넓게 이야기를 듣는다. ‘기러기 생활’ 6년째 접어드는 그는 “남는 게 시간”이라며 사람들과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그가 남의 이야기에 경청하는 것은 M&A 자문이라는 게 단순 법률이슈만 자문하는 게 아니라 산업 등 다방면의 지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서 변호사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심층적인 자문을 할 수 있는 자산이 된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도 이제 M&A팀의 맏형의 위치다. 그에게 후배들은 어떤 존재일까. 그는 “후배들이 잘 해 내고 있다”며 “후배들이 일이 몰릴 때는 말없이 밤새서 일하고, 동료나 클라이언트들과 만나 술 마시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며 칭찬부터 했다. 그러면서 “후배들이 모든 일을 다 처리해 나를 괴롭히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며 여유롭게 웃었다. 그가 집안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를 고집한 건, 어쩌면 선견지명 때문이 아니었을까. ■ 태평양 M&A팀은…
대한통운 매각등 자문… ‘M&A 최고로펌’ 선정
태평양 M&A팀은 서동우, 한이봉 변호사를 중심으로 이준기, 이정한, 이근병 변호사 등 총 60명의 변호사와 40여명의 회계사, 변리사 등 총 100명이 넘는 전문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폭넓은 인력풀을 기반으로 한 태평양 M&A팀은 지난 10여년간 '대기업 M&A에는 태평양이 빠지지 않는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M&A딜에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그동안 자문한 내역만 해도 대한통운 매각, 삼성테스코의 홈에버 인수, 롯데쇼핑의 중국 대평마트 인수, 신한금융지주사의 LG카드 인수건, STX의 세계 2위의 크루즈선 제조회사인 아커야즈 인수 등 M&A시장에서 손에 꼽히는 굵직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태평양 M&A팀은 2008년판 IFLR(International Financial Law Review)1000지(誌)에서 한국 최우수 리딩 로펌으로 선정됐고, 기업인수합병(M&A), 자본발행 및 프로젝트 파이낸스(Banking&Project Finance), 구조조정(Restructuring & Insolvency)의 3개 분야에 걸쳐 최우수 로펌으로 평가 받았다. 또한 The Asia Pacific M&A Deal Awards에서 '한국 M&A의 최고 로펌' 및 2008년도 '아시아 지역 소매 및 소비재 산업 부문 M&A의 최고 로펌'의 2개 부문을 석권하는 기염을 토해내기도 했다. ■ He is… ▦ 1963년 경북 대구 출생 ▦ 1981년 여의도고 졸업 ▦ 1985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 1987년 사법연수원 수료(제16기), 공군법무관 ▦ 1991년 미 하버드대 로스쿨 수료(LL.M.) ▦ 1993년 미국 뉴욕 변호사 자격취득 ▦ 2008년 現 법무법인 태평양 구조조정(M&A)부 책임변호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