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4.5%, 연간 5.1%’ 정부는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에서 경기정점 논쟁 속에서도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상향 조정했다. 상반기 예상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데 따른 자신감이 묻어난 것이다. 다만 하반기의 4.5% 성장률만 놓고 보면 연초 전망에서 4%대 후반을 제시했던 점과 비교할 때 경기 상승속도가 빠르게 무뎌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경제운용 방향에 대해 정부가 ‘인위적 경기부양은 아니다’고 펄쩍 뛰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부양 냄새가 솔솔 나고 있다고 평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이번 운용 방향에 성장 둔화를 차단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가 엿보이고 경기부양 논란마저 일으키고 있지만 내용들을 촘촘히 들여다보면 ‘2%가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공공은 넘치는데 민간은 가뭄=경제운용 방향을 보면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민간 부문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단적인 예로 건설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활성화와 건설 후 임대(BTL) 확대 등 공공 부문을 핵심으로 내세웠지만 민간 건설시장을 위한 대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백승수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작금의 건설경기 침체는 민간 부문에서 크게 위축된 데 따른 것”이라며 “민간 토목ㆍ건설시장이 살아나지 않는 한 건설 부문이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공공 부문만 강조할 경우 민간의 파이를 좀먹는 ‘구축효과’를 발행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투자 활성화 방안도 맹점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의 기(氣)를 살려 투자를 늘리겠다는 것이 이번 방향의 키포인트지만 민간의 투자 걸림돌 중 하나인 수도권 규제완화는 아예 거론되지 않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구체적인 기업투자 활성화 정책이 없다. 수도권 등 규제완화가 빠진 것이 대표적인 예”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계획은 넘쳐나는데 대상이 없을 수도=계획과 실제 투자간 미스매칭(불일치)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백 부연구위원은 “SOC에 정부가 투자할 재원은 있겠지만 투자할 대상이 문제”라며 “뉴타운ㆍ기업도시ㆍ혁신도시를 정부는 대상으로 꼽고 있지만 중장기를 요하는 이들 프로젝트 성격상 하반기에 재정집행이 이뤄질지 의문시된다”고 지적했다. 재정투자의 효율성도 전문가들의 지목하는 허점 중 하나다. 윤우진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토목ㆍ건설에 돈을 풀어도 경기부양 효과는 한정돼 있다”며 “재정지출 극대화에 앞서 우선 고려할 것은 재정지출의 효율성”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의 이 같은 평가 이면에는 경제운용 방향에서 정부는 넉넉한 재정을 한껏 자랑했지만 지출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메시지를 찾아보기 힘든다는 데 있다. ◇재정확보 위한 무리수 두지 말아야=정부의 낙관적 경제전망에도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정부가 상반기 성장률이 높게 나온 것으로 보고 5% 달성을 얘기하고 있으나 이는 안이한 태도”라고 설명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 자체가 하강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는 ‘그건 아니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하지만 북한 미사실 문제 등 대외 불안요인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재정지출 극대화를 내세운 정부가 자칫 돈을 마련하기 위해 무리수를 둘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올 1ㆍ4분기까지는 성장률 호조로 인해 세수가 잘 걷히고 있으나 상승속도 둔화가 예상되는 하반기에는 사정이 다를 수 있다. 지난해 정부는 세수부족을 메우기 위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등 세금과의 전쟁을 벌였다. 올 하반기에 똑 같은 상황이 재현될 경우 경제 주체들의 어깨는 더욱 오그라들 수밖에 없다. 환율 안정을 위해 정부는 해외투자 활성화 등을 통해 달러를 밖으로 더욱 유출시킨다는 계획이나 이 역시 내년에 경상수지가 10년 만에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고려해볼 때 자칫 또 다른 우를 범할 수 있는 부분도 적지않은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