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기 커넥터 생산업체인 M사는 2일 한미 FTA 체결 소식이 전해지자 곧바로 원자재 재고 점검에 들어갔다. 앞으로 대기업의 대미 완제품 수출이 늘어난다면 부품 수요도 그만큼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한미 FTA라는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안은 중소제조업체들은 혁신과 기술력으로 무장하면 실(失)보다는 득(得)이 더 많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65.5%의 중소기업이 한미 FTA가 경영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이라는 응답은 5.1%에 머무르고 있다. 연간 3,000만달러어치를 수출하는 자동차부품업체의 한 관계자는 “무관세로 2.5%의 관세 절감 효과가 나타나 가격경쟁력을 높여 수출 물량의 증가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화섬업체들도 일단 숨통이 트였다며 한껏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K사의 한 관계자는 “공급 가능한 원사(화섬ㆍ면사)의 국산 원사 사용 증가로 매출 증대가 기대되고, 특히 국산원사 공급 능력(85% 이상)과 제직 시설완비로 전후방 수출 증대 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한미 FTA가 대기업 협력업체나 섬유 등 관세 인하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 중소기업에는 새로운 기회이지만 미국산 제품과 직접 경쟁을 해야 하는 중소기업에는 위협적인 요인이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한미 FTA를 계기로 전문 중소기업의 육성에 관한 정책의 교류 및 산업기술 협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NC선반 생산업체인 A사의 경우 전자응용공작기계 및 반도체제조장비 등 첨단기계류의 경우 미국이 한국보다 기술적으로 비교우위에 있는 제품이 많아 한미 FTA 체결로 양국 관세가 폐지되면서 국내 업체에 위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FTA 체결로 관세가 폐지돼 미국산 NC선반이 지금보다 8% 낮은 가격으로 들어온다면 버텨낼 수 없다“고 우려했다. 첨단 의료기기 업체의 한 관계자는 “독일의 지멘스나 네덜란드의 필립스 등도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 국내로 수출하고 있는 만큼 국내 시장 개방으로 인한 시장점유율 하락은 자명하다”면서 위기감을 나타냈다. 신약개발 능력이 없는 중소제약업체도 위기에 휩싸이고 있다. 중소제약업체들은 미국 다국적 제약사의 특허권을 카피해 판매할 수 있는 기간이 평균 15년에 불과하지만 미국은 성분을 조금씩 추가해 특허권 연장(에버그린 전략)을 요구할 것이 예상된다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한 실정이다. 김인중 한국산업단지공단 산업단지 입지센터소장은 “치열한 기술경쟁을 벌이고 있는 IT 및 자동차 분야 등에서 미국의 선진기술 습득을 통해 세계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면서도 “일부 피해가 예상되는 업종에 대해서는 정부의 획기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