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경제대통령' 미네르바 "이제 한국인 아니다"
정보당국 신원파악 논란 더욱 거세질 듯
한국아이닷컴 뉴스부 reporter@hankooki.com
'온라인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미디어다음 아고라의 사이버 논객 '미네르바'가 "국가가 침묵을 명령했기 때문에 경제 문제에 대해 입을 다물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의 정체를 정보당국이 조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고 있는 논란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그는 13일 아고라에 '이제 마음 속에서 한국을 지운다'라는 글을 올려 "국가가 침묵을 명령했다. 그럼 침묵 해야지. 한국에서 경제 예측을 하는 것도 불법 사유라니 입 닥치고 사는 수밖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릴 때부터 마음 속에 각인된 '조국'이라는 말과 '한민족'이라는 이름 하에 포장된 애국심을 밑바탕에 두고 이런 공동체 의식 속에서 살아 온 것 자체가 얼마나 철저하고 가증스런 기만행위인지를 새삼 늙어서 오늘 다시 한번 뼈져리게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미네르바는 "국가와 조국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라고 물은 후 "나도 최전방에서 소총 들고 별이 뜬 밤하늘을 새벽에 바라 보면서 국가에 속한 나 자신과 내가 지켜야 할 공동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후 이 나라가 보여준 것은 각자 살 길은 알아서 챙겨라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이를 먹고 세상의 마지막 그 끝을 살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제 남은 감정은 후회와 나 자신에 대한 연민, 안타까움, 자기 반성"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를 기점으로 이 나라는 중대한 대국민적 의식 변화의 시기를 거칠 것이다. 더 이상의 맹목적인 학교 차원에서의 세뇌 교육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정부의 실책으로 인해 국민들이 각자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반공과 빨갱이 타령으로 예전에는 넘어 갈수 있었지만 이젠 안 먹힌다"면서 "이것이 여태까지 사회의 어느 한 쪽 계층만의 희생을 강요해 왔던 기존 사회 질서의 모순에 대해서 이제 다들 자각이라는 걸 하고 있으니까 생겨난 내부 균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명예훼손 논란에 대해서도 냉소적인 어투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전여옥 의원님, 유인촌 의원님('장관님'을 잘못 쓴 것으로 보임), 이 자리를 빌어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무릎 꿇어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이 늙은 촌부를 부디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예전 조선 시대에도 마을의 수령님께서는 한 번의 자비로움을 베푸셨다지요." 정부는 그가 전 의원과 유 장관이 미리 정보를 알고 재산을 불렸다는 식으로 비판하면서 명예훼손을 했다고 보고 있다.
최근 한 경제지는 정보당국의 말을 인용, 미네르바가 50대 초반으로 한때 증권사에 다녔으며 해외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남자라고 보도했다. 미네르바는 지난 3월부터 지난 4일까지 200여개의 글을 올렸는데, 7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불똥이 한국에 튈 것을 예측해 주목을 받았다. 특히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을 예견하고,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현 정부의 경제예측과 처방을 거침없이 비판해 네티즌들로부터 '온라인 경제대통령'으로 불리고 있다.
한편,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이날 정보당국이 미네르바의 신원을 파악한 것에 대해 "권력의 오만이자 통제의 야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보도자료를 통해 "신원파악 행위는 인터넷 여론을 '악의적 루머' 수준으로 생각하는 정부의 저급한 인식과 인터넷 여론을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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