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등록금 투쟁'의 계절이 돌아왔지만 열기는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대학 등록금이 너무 많이 올라 고통이 가중되고 있지만 정작 등록금 인하를 위한 투쟁에 대해 학생들은 '강 건너 불 구경'하는 듯한 분위기다. 12일 대학가에 따르면 각 대학 총학생회는 이달 들어 등록금 투쟁을 본격화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참여도가 크게 떨어져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대학 당국에 '압박'을 가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호응이 필수적인데, 집회에 50명을 모으기도 힘든 상황이다. 지난 2일 550여개의 대학과 시민ㆍ사회단체로 구성된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네트워크'가 서울 대학로에서 개최한 집회에 참가한 인원은 500여명에 불과했다. 등록금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높은데 반해 이처럼 참여도가 낮은 데는 심각한 취업난이 원인으로 꼽힌다. 취업 준비를 해도 시간이 모자랄 판에 등록금 투쟁에 신경을 쏟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는 것이 요즘 대학생들의 지배적인 정서다. 서강대에 재학 중인 신모(28)씨는 "입학할 때 200만원이 안되던 등록금이 지금은 400만원 가까이 됐을 정도로 너무 많이 올랐다"면서도 "당장 취업을 위한 '스펙'을 챙기는데 바쁜데 등록금 문제는 뒷전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비운동권이 당선되는 경우가 늘면서 학생회의 조직력이 크게 약화된 것도 투쟁 동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꼽힌다. 총학생회는 차치하고 단과대 학생회 조차 제대로 꾸리지 못하는 대학이 부지기수다. 허희수 숙명여대 부총학생회장은 "학생회 체계가 무너지다 보니 단과대 학생회는 물론 동아리연합회도 구성하지 못한 상태"라며 "대학측이 과학생회를 행사 도우미 정도로 생각할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각 대학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대학측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내기 위한 묘안을 짜느라 분주하다. 숙명여대 총학생회는 학내 집회를 인기 TV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의 형식을 빌어 진행했는가 하면 한국외국어대는 신입생 차등 인상분에 대한 환불을 요구하며 총학생회 집행부가 학교 정문에서 본관까지 삼보일배를 하기도 했다. 일부 총학생회는 등록금 인하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보고, 합리적인 등록금 책정 방식 도입 등 제도 개선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연세대 총학은 유명무실해진 등록금책정심의위원회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회칙을 직접 만들어 대학 측에 전달한 상태다. 한국외대 총학도 등록금 투쟁의 우선 순위로 등록금책정위원회 건설을 내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