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소형으로 몰리면서 132㎡~165㎡형 등 중대형 아파트의 상대적 소외감이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소외감은 가격약세로 이어져 연초 이후 지난 6일까지 서울시내 일반 아파트 중 66㎡형 이하는 3.38~5.39%, 99㎡형은 1.21% 올랐지만 132㎡형 및 165㎡형은 각각 0.43%, 0.12% 오르는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다시 반등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는 만큼 최근의 가격 보합세가 실수요자들에겐 좋은 갈아타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칼자루는 매수자에게=현재 중대형 아파트 시장에서는 매수자 우위의 기류가 형성돼 있다. 대출 규제 및 분양가 상한제 도입 등으로 중대형에 대한 매수세가 크게 발생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매수자가 귀한 상황에서는 협상권을 쥐고 가격이나 입지 등을 고를 때 전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아파트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매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시장 분위기는 매수자가 유리한 상황이기 때문에 여력만 된다면 지금 규모를 넓혀가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다만 현재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라면 무리하게 팔 필요는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양지영 내집마련정보사 팀장도 “청약가점제가 시행되면서 점수가 낮은 사람은 일반 아파트로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며 “앞으로의 전망을 고려할 때 가격이 약세인 지금이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호재 있는 급매물 노려라=중대형 아파트들의 가격이 떨어졌다 하더라도 보유세,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등을 고려하면 큰 규모로 선뜻 집을 옮기기가 현실적으로 쉽진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2주택자들이 급하게 파는 물건 중에서도 호재가 풍부한 지역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라고 권한다. 김은경 스피드뱅크 리서치팀장은 “세금 문제 뿐 아니라 대출 규제도 걸려있기 때문에 작년과 같은 가격 급등이 담보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매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급매물 위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팀장도 “올 들어 생각보다 중소형 아파트들이 많이 올랐는데 내년엔 올해 조정을 받았던 중대형 물량이 오를 수 있다”며 “현재 적정한 수준에서 중대형 매물이 나와있기 때문에 기존 주택에서 갈아타려는 사람은 역세권으로 탈바꿈하는 지역, 공급 부족이 현실화 될만한 지역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대형의 반격’ 있을까=지난 2005년 전용면적 102㎡ 초과형의 가격 상승률은 전용면적 102㎡이하형의 가격 상승률을 크게 웃돌더니 2006년부터 102㎡이하형의 가격 상승률이 초과형을 웃돌기 시작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2005년 한해 동안 102㎡ 초과형은 19.18% 올랐고 이하형은 11.47% 올랐지만 2006년엔 이하형이 29.71% 상승해 초과형(29.36%)을 근소한 차로 따돌렸다. 또 올해 들어서도 연초이후 11일까지 이하형은 3.89% 오른 반면 초과형은 1.57% 오르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같은 중대형의 상대적인 가격 약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진 않고 있다. 우선 하락세가 뚜렷했던 강남권 및 목동 등 버블 세븐 지역은 규제 강화가 원인이었지만 대선 정국을 앞두고 ‘뭔가 달라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점점 살아나고 있다. 김은경 리서치팀장은 “현재 버블 세븐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가격 약세는 단순히 수요과 공급 상황으로 이뤄진 게 아니다”라며 “대선에 따른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조금씩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했다. 또 중소형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건설사들이 중소형 물량을 늘리고 있어 몇 년 안에 중대형 물량이 희소해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양지영 팀장은 “건설사들은 수요가 높은 물량을 늘릴 수 밖에 없고 최근 중소형 의무비율도 강화돼 중대형 물량이 희소해질 수 있다”며 “이런 이유로 중소형과 대형 물량의 가격 상승이 번갈아 나타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신도시 물량 영향은 미미=세금 외에 중대형 아파트 가격의 발목을 잡았던 또 하나의 요소는 공급 물량의 증가다. 수급 법칙에 따라 공급이 늘면 가격은 떨어지는 법. 현재 판교, 동탄을 비롯해 김포, 파주, 양주 등에 2010년까지 차례로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어서 서울 내 아파트의 상승 여력이 끝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여전히 강남권을 중심으로 공급 물량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이영호 센터장은 “강남 내에선 (물량을 늘리기 위해선)재건축을 헐고 아파트를 공급하는 방법 밖에 없어 보인다”며 “재건축 물량이 약세라고 하지만 5년 이상을 보고 매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김은경 팀장도 “서울내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소수에게 한정돼 있다”며 “2기 신도시 물량이 늘어난다고 해서 집값 하락에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주택 구입 어디가 좋을까
강북엔 각종 호재 즐비…강남은 미래가치 ‘강점’ 강남과 강북의 중대형 아파트는 가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수요자 층이 다르다. 이 때문에 같은 크기의 강남ㆍ강북 아파트 중 어느 것을 선택하라고 권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각 지역의 특징을 알아둔다면 주택 구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우선 강북엔 재개발, 뉴타운 등 각종 호재가 즐비하다. 대표적인 은평 뉴타운을 포함해 용산, 왕십리, 가재울, 아현, 미아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는 정부 차원에서 강남과 강북의 주거환경 격차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강북 지역은 상대적으로 녹지율이 높아 도심에서 벗어나고는 싶지만 서울 외곽으로 옮기긴 힘든 사람들은 대안으로 삼아볼 만 하다. 강남 지역의 최대 강점은 무엇보다 미래가치에 있다. 강북 지역에 비해선 재개발 등 큰 호재가 없지만 이는 뒤집어 보면 그 만큼 편의시설이나 교통이 잘 발달돼 있다는 뜻이다. 차량 접근이 불가능한 필지의 비율도 종로구와 용산구가 각각 31%, 27.5%에 달하는 반면 강남구는 9.8%, 양천구는 6.2%(지난해 기준) 수준에 불과하다. 업무 공간이 각 지역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강북 도심권은 90년대 31% 수준에서 2000년 중반 21%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강남권은 90년대 23%에서 31%로 늘어 상업 중심지가 강북에서 강남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양지영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강북 지역은 소폭의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반면 강남은 가격 움직임이 크게 나타난다"며 "실수요자는 강북, 자금 여력이 풍부한 사람은 강남권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