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FRB의 은행 팔 비틀기

뉴욕 월가에 `팔 비틀기(arm-twisting)`이라는 말이 있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은행의 팔을 비틀어 따라오게 한다는 말이다. FRB는 금리를 올리거나 내려 통화량을 조정하는 역할 이외에도 은행들을 규제하고 따라오게 함으로써 시장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말로 시장이 움직이는 것은 FRB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손해를 본다는 것을 시장이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FRB의 `팔 비틀기`의 대표적인 예가 98년 9월에 있었던 헤지펀드 롱텀캐피털 매니지먼트(LTCM)에 대한 구제금융 건이다. 당시 윌리엄 맥도너 뉴욕 FRB 총재는 골드만 삭스, 메릴린치, 살로먼스미스바니 등 16개 투자은행의 최고경영자(CEO)를 불러놓고 “LTCM이 파산하면 시장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며, 월가 은행들이 구제금융을 줄 것을 요구했다. 월가 회장단은 마뜩치 않았지만, 회사당 2억~3억 달러씩 갹출, 36억 달러를 조성했고, 이에 LTCM이 살아나고, 뉴욕 금융가의 붕괴를 막을 수 있었다. 미국에서 정부와 중앙은행이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일단 당국이 개입하면 시장 참여자들이 일제히 따른다. 사전에 그 조치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이견이 발생하더라도 방침이 서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미국의 민주주의가 강력한 경찰력에 의해 움직이듯이 금융시장도 어느 의미에선 경찰 국가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87년 블랙먼데이때 당시 제럴드 코리건 뉴욕 연준총재는 주요 은행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투자회사에 돈을 풀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상업은행들이 증권회사에 돈을 풀자 주가는 회복했고, 블랙먼데이는 하룻만에 종식됐다. 신임 이헌재 부총리가 취임 일성으로 “시장은 철없는 어린애들의 놀이터가 아니며 시장 안정을 무시하고 개인적인 이익만 추구하는 행위를 용납치 않겠다”고 경고했다. LG카드 처리과정에서 몇몇 시중은행들이 정부 말을 듣지 않았고, 그로 인해 시장 불안이 가중된 대한 경고 메시지다. 시장이 무너지고 왜곡될 때 정부와 중앙은행이 개입하고, 이 경우 은행이 이를 따라야 효과가 극대화된다. 미국이 시장을 통해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재무부와 FRB가 뉴욕 월가를 확실하게 컨트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한국 규제당국과 금융기관들이 알아둘 필요가 있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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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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